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요즈음 차를 타고가거나 길을 걷다 보면 연말 콘서트 광고가 눈에 많이 들어 옵니다. 아 이제는 올 한 해도 정말 다 갔구나 하는 기분이 듭니다. 연말에는 기분이 들뜨기 마련이죠.사람들 붐비는 곳에 함께 섞여서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가족이나 마음에 맞는 분들과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면서 팬과 가수 사이의 오붓한 소통을 즐기는 것도 한 방편인 것 같네요. 

 

지난 8(토요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시봉 3인의 거장 콘서트”를 관람할 기회가 생겨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부산 벡스코이었어요. 일단 연말 콘서트에 가게된다면, 그장소가 어디든간에 반갑지만 나중에 4,000여석의 관중석을 가진 오리토리움이라고 알았을 때는 상당히 흐뭇하더군요.  

 

콘서트 시간인 저녁 7시에 맞추기 위해 645분경 현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리토리움 객석 2층에 좌석을 찾아 가니 양 사이드 일부 좌석을 제외하고는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대는 세시봉이라는 글이 붙여져 있고 70년대를 연상하는 공중전화부스와 뮤직박스가 양옆쪽에 설치되어있었습니다 

 

세시봉(C'est si bon)은 불어로 '아주 멋지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1953년 서울 무교동에서 오픈한 국내 최초 음악감상실 이름이었으며, 당시 우리나라에서 듣기 어려운 팝송 등을 들을 수 있는 명소이었음을 익히 들어 알고 있지요. 1969년 문닫을 때까지 조영남, 윤형주, 박상규, 이장희, 송창식. 신중현, 어니언스, 김세환 등 수많은 스타들의 산실이었다지요. 

 

예정시간 7시를 조금 넘겨 진행자인 이상벽이 무대에 나오면서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상벽은 세시봉 소개와 음악실에서 일어났었던 이야기들로 분위기 띄우면서 가수 김세환을 소개하였고. 무대에 나온 김세환은 내년에는 지하철 공짜로 탈 수 있다고 말하는 걸 보니 벌써 그의 나이가 65세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나이에도 맑은 목소리와 앳된 미소를 지닌 모습을 보면서 그의 히트곡 길가에 앉아서” “목장길 따라” “토요일 밤에등 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김세환이 무대에서 물러나고 가수 윤형주가 등장하였습니다. TV화면에서만 보왔왔던 윤형주를 보니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유머스러운 말잘하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주더군요. 그는 시인 윤동주와 관계를 언급하면서 윤동주 형님이 꿈에 그리던 해방을 6개월 앞두고 일본 형무소에서 눈을 감으셨다라며 우리 아버지가 조카 윤동주의 유해를 들고 형무소를 나왔다고 말하곤 두 개의 작은 별을 불렀습니다. 관중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가사를 미리 불러주면서 노래를 하였는 데 그러지않고 무대위 대형스크린에 가사를 띄워 주웠으면 더 좋지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등장한 가수 송창식은 한국대중음악사에서 기인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하였습니다. 송창식의 미소, 그의 복장에서 느껴지듯이 그의 음악은 가장 한국적이고 누구도 흉내낼수 없는 그만의 독특함이 묻어 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노래 왜불러를 듣다보면 갑자기 장발단속하는 경찰과 도망가는 젊은이를 그린 영화 장면이 생각이 나더군요. 

 

다시 윤형주가 입장하면서 윤형주의 낭만적인 미성과 송창식의 깊은 울림이 있는 강렬한 음성이 결합하여 빗어내는 하얀손수건” “웨딩케익을 듣다보니 하모니의 본질과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세환이 가세하였는데 익일 결혼하는 김세환의 딸 이야기가 나오자 윤동주가 직접 김세환의 딸에게 축하전화를 하면서 축하노래까지 불렀고, 송창식의 훈장 받은 이야기가 나오자 같이 윤형주가 짖굳게 훈장을 받은 싸이는 말춤으로 훈장을 받게되었지만 송창식은 무슨춤으로 상을 받았느냐고 묻자 송창식은 머뭇거림없이 허수아비춤으로 훈장을 받았다고 말하자 관중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세사람이 입은 복장을 비교해보면, 김세환의 케주얼한 복장, 송창식의 한복스타일, 윤형주의 자켓 등 에서 풍기는 그들 각각의 개성과 특징을 간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본질이 서로 다른 음색이 만나 새로운 느낌을 주는 멋진 하모니가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2시간 동안 진행된 콘서트에서 관중의 대부분인 40, 50, 60대 모두에게 잠시 인생의 고단함을 잊게하고, 그 음악에 쓰며있는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