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단지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부모님과 가족들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정말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사랑을 우리에게 쏟아붓습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세상에 태어나고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 가족이라는 집단에 소속되어 살아가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 한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은 어떤 일을 실행한 대가로 가져오거나 따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주로 출생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운명적입니다. 또 자의로 포기할 수도 없기도 합니다.

 

대부분 우리가 사는 동안 타인과 유대 관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어느 정도 행운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족은 그 구성원 간에 직업, 취미, 성격 등에서 뚜렷한 차이에 의해 야기되는 낯선 상황에서도 그걸 뛰어넘는 연결고리를 쉽게 찾거나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에게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 또는 깊은 이해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에게 넓은 의미의 가족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광고에서나 구인·구직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가족 같은 기업 문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실 분' 같은 말이 떠돌 뿐, 실제로 자신의 직장을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하는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 회사가 존재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들 합니다. 가족 같은 회사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며 직장인들에게는 오래된 소망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가족이 중요하다는 것은 늘 느끼지만 살다 보면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둘 것인지를 모호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계 법령인 민법 제779조에서 명시한 가족의 범위를 풀어서 정리해보면, 배우자, 아들과 딸,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형제·자매는 가족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며느리, 사위, 처제, 시아버지, 시어머니, 장인, 장모는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만 가족이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반적인 가족은 기본적으로 혈연이 그의 바탕이 되고,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깊은 애정이 가족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새삼스럽게도 이런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 2019년 UFC 경기에서 출전한 한 파이터 가족들의 경기장에서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파이터의 배우자와 함께 어린 자녀 4명이 경기장에서 응원하며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그 가족의 응집력이 높다는 생각과 함께 예잔한 느낌이 들어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프로 격투기선수 역시 그들이 경기를 주도하는 파워력만큼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도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경기 무대에 오르기까지에는 엄청난 연습량과 그리고 이어서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혹독한 체중 감량으로 계체량 통과를 해야 합니다.

 

거기에다 격투기 선수가 경기 도중 부상이나 사망 등 인명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 스포츠 종목의 특성상 격투기는 직업은 극한 직업 중의 극한 직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앞둔 국내 UFC 파이터가 인터뷰에서 싸우는 이유를 가족을 지키고 싶으니까 그리고 내 가족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고, 미국 한 UFC 파이터는 인터뷰에서 "죽는 날까지 싸우겠다"라고 하면서, “파이터인 내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내겐 내야 할 고지서와 부양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말에서 가족 사랑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족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끔찍한 사고가 요즘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소개된 “House of Secrets: The Burari Deaths”라는 한편의 다큐 시리즈를 보았습니다. 20187월 인도 수도 뉴델리 북쪽 부라리 지역의 평범했던 가정집에서 일가족 11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기이한 사건을 파헤친 내용이었습니다.

 

경찰이 나섰지만, 사망 가족 11명의 사인을 두고 자살이냐 아니면 살인이냐를 단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없어 모두가 충격에 빠져 온갖 루머만 없는 퍼져 나갔습니다. 그러다 경찰이 유서를 찾기 위해 주위를 수색하다 사건 현장에서 소름 끼치는 내용이 담긴 일기가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일 가족들이 행동이 담긴 CCTV 장면 등도 확보하여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가족의 가장 격인 랄리트가 망상 장애를 겪고 있었던 보이고 가족의 구성원들이 그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지시를 따르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이 사건의 정확한 원인과 배경이 밝혀지지 않아 여러 가지 의문이 남겨진 채로 경찰은 가족 집단 자살로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 다큐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사건의 해당 가족의 문제라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과 또 하나는 가족의 특성인 폐쇄성이 이 사례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될 때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죽음도 함께" 한다는 빗나간 가족주의로 인해 가족·동반 자살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을 포함한 가족 부양책임이 있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배우자, 자식 생명까지 뺏어가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가족 문화에서 하루빨리 탈피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House of Secrets: The Burari Deaths”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