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동공 지진

카테고리 없음 2021. 6. 21. 17:25

우리 신체 중에서 노화가 가장 빨리 찾아오는 기관이 눈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요즘 많은 사람이 온종일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생활하기 때문에 인류는 역사상 눈이 가장 혹사당하고 있는 ()근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매스컴을 통하여 눈과 관련된 말로서 동공 지진이라는 용어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용어의 의미는 갑자기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긴장했을 때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라 합니다.

 

동공은 우리의 눈동자 가운데에 있는 검은색의 빈 공간을 의미하지만, 또 다른 의미의 동공이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당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았던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되어 온 나라를 당시 충격과 공포로 몰아갔었습니다. 그리고 2014~2016년에 서울지역 도로에서 싱크홀이 백여 개가 발견되어 큰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땅굴, 싱크홀 등과 같이 땅속 빈 공간을 동공이라고도 합니다.

 

우리 눈의 주요 기관인 동공 역시 빈 공간이며 늘 움직인다고 합니다. 눈앞에 있는 물체의 모습을 잘 보기 위해 동공의 크기가 조절된다고 합니다. 어두운 곳에선 빛이 부족하기 때문에 동공을 크게 하여 더 많은 빛을 끌어들이고, 반면에 밝은 곳에선 동공을 작게 하여 빛을 조금만 통과 시켜 물체를 잘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경우 동공은 놀라거나 감정적으로 지나친 긴장이 될 때 동공의 크기가 확대된다고 합니다.

 

위 사실이 나의 오래전 군 복무 시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야외훈련으로 부대가 훈련 목적지로 이동하는 도중에 개인별 지급된 쌀과 부식재료를 가지고 야외에서 불을 지펴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먹는 야전 취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동료 병사가 행군 중에 지나친 고추밭에서 몰래 따온 풋고추를 몇 개를 건네받았습니다. 외관상 크고 깨끗한 것을 한 개 집어서 반을 잘라 입에 넣으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잘린 풋고추에서 새끼손가락만 한 연두색 벌레가 꿈틀거리면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요. 아마 나의 경우 그때가 동공 지진이 일어났었을 것입니다. 이날 이후 지금까지도 풋고추를 먹을 때에는 반드시 잘라서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고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올해 6월에는 동공을 확대할만한 놀라운 사건이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610일 영국에서 최근 인분이 얼어붙은 큰 덩어리가 떨어져 주민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뉴스를 보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화장실 배설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몰랐기에 비행기 화장실 안에 구멍이 뚫려 있어 운행 도중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바다나 산에 버리겠지, 아니면 비행기 내 특수설비를 통하여 공중분해 하겠지 등 막연히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항공기 내 화장실은 수거식이라 착륙하면 해당 항공사에서 분뇨를 수거해 일정한 곳에 모아 두었다가 위탁 처리한다고 하는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이 덩어리 떨어지는 소리가 엄청나게 컸었다고 하니 사람이 맞았다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을 텐데 정말 다행입니다. 그동안 하늘 하면 늘 높고 푸르른 청명한 하늘만 떠올리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왠지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611일 미국의 50대 어부가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채 바다로 뛰어내렸다가 갑자기 커다란 충격을 받으면서 고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합니다. 주변이 온통 깜깜한 고래 입속에서 3040초 동안 갇혀있다가 고래가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대며 그 어부를 허공으로 다시 뱉어내는 바람에 극적으로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더구나 무릎의 타박상 외에는 큰 상처가 없어 몇 시간 만에 퇴원했다는 뉴스가 가끔 만화에서나 동화에서나 있을 법한 스토리가 아닌 실제 사건이라고 하니 놀랍기만 합니다.

 

, 612일 아프리카 가나의 한 도시에서 8년 동안 아이들을 납치하거나, 결혼을 미끼로 남자를 유혹해 살해한 후 인육으로 케밥을 만들어 판매하여 많은 돈을 벌어들인 33세 여성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끔찍한 사건이라 당분간 케밥의 수요가 조금 감소하지 않겠느냐는 생각과 함께 이 케밥을 먹은 사람은 앞으로 죽을 때까지 케밥을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최근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팀이 18~35세 아틀랜타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고성능 카메라가 달린 시선 추적 장치를 이용해 동공 크기를 관찰하는 실험과 함께 사고력과 주의력, 기억력 테스트도 시행했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는 기본적인 동공의 크기가 클수록 사고력·기억력 테스트 성적이 좋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뇌의 '청반'이라고 불리는 부위 때문으로 추정했습니다. , 청반은 감각, 주의력, 기억력과 관련된 작업을 수행하는 다른 뇌 부위들을 도와주는 부위로써 동공이 클수록 청반의 이러한 조절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라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어 했으며,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과 방법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스트레스를 현대인의 가장 큰 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과학 저널리스트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라는 그의 저서를 통하여 스트레스에 대한 부정적인 오해가 오히려 우리의 삶을 망가뜨린다고 하면서 스트레스가 신체를 단련하고 면역계를 강화하며 사고력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삶을 이롭게 한다는 주장과 동공이 클수록 사고력 등이 좋다는 연구 결과에는 일정 부분 상호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역시 사람은 늘 평온한 것보다는 적절한 긴장이 동반되어야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