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우리 인류는 원시 시대부터 생존하기 위해 사냥도 해야 했고, 적으로부터 방어도 해야 하는 등 삶 자체가 스포츠 활동의 연속이었기에 스포츠가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의식주 문제와 더불어 삶의 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으로 출발하였던 스포츠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사회와 문화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스포츠 또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스포츠는 신체적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활동으로 전개되는 등 우리에게 많은 관심과 흥미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익스트림 스포츠는 궁극적 한계에 도전하는, 위험의 극한을 추구하는 스포츠로서 위험한 환경에서 나오는 스릴과 스피드 그리고 함께 펼쳐지는 묘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는 욕망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도 있듯이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왔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밑바닥에 깔린 욕망을 그대로 대변해주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있습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날다람쥐 모양의 슈트를 입고 등 뒤에 낙하산 하나만을 멘 채 하늘이나 절벽 또는 고층 빌딩에서 점프하며 날아다니는 윙슈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윙슈트는 1980년대 인기 익스트림 스포츠 종목의 하나인 베이스 점핑에서 사용된 낙하산에다 날다람쥐에서 힌트를 얻은 날개 구조에 착안하여 1990년대 전문가들이 좀 더 극적인 스릴을 주는 윙슈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윙슈트는 팔과 몸통 사이, 그리고 두 발 사이에 낙하산 천을 두 겹으로 부착해 만든 '날개옷'인데, 팔과 다리를 펴면 슈트 안에 공기 팩으로 되어 있는 막을 통해 양력을 얻게 되어 낙하 시 천천히 떨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 합니다.

 

윙슈트가 한국에서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인기 스포츠로서 언론의 관심도 높다고 합니다. 간혹 우리 매스컴에서도 소개되기도 하지만, 사실 알게 모르게 영화를 통하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2003년 개봉 영화 툼레이드(Tomb Raider-The Cradle of life)에서 라라와 테리가 적의 추격을 피해 건물 옥상에서 윙슈트를 입고 탈출하는 장면에서 그리고 2011년 개봉 영화 '트랜스포머 3'에서 윙슈트를 입은 군인들이 비행기에서 점핑하여 도심의 우뚝 솟은 빌딩 사이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윙 슈트는 최대 250km/h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데 비행 도중에 절벽이나 나무에 부딪혀 큰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비행 도중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라곤 낙하산을 펴는 것뿐이라고 하니 정말 위험하고 난이도가 높은 스포츠입니다.

 

2012년 세계 각지의 윙수트 비행 선수들이 중국 장자제 톈먼산에서 세계 윙수트 연맹을 창설하고 첫 세계대회를 연 뒤 매년 가을마다 대회를 개최해왔었으며, 이 밖에도 브라질 2013 세계 윙슈트 비행대회, 2013년 콜롬비아에서 제2회 세계 윙슈트 챔피언십 등 각국에서 지속적으로 세계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미니 제트 엔진 4개를 단 윙수트를 입고 고도 비행에 최초로 성공하여 제트맨으로 유명한 프랑스 스턴트맨 뱅스 르페가 지난해 11월 두바이 사막에서 윙슈트 비행 중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추락 사망하였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윙슈트 사고 사망자는 초보가 아닌 뱅스 르페와 같은 레전드, 3,000여 번의 스카이다이빙을 성공한 경력자, 윙슈트 대회 우승자 등 이 방면의 실력자들이 더 많다는 데 놀랍습니다. 실력과 무관하게 갑자기 변하는 기후와 예상치 못한 돌출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수들이 너무나 많아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왜 이렇게 위험한 스포츠에 빠져드는 것일까.

70%대의 높은 사망률에도 스포츠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 이 스포츠가 주는 자극적인 위험과 스릴감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매혹시키며 그 화려함으로 인해 돋보이기 좋아하는 젊은이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함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기에다 무아지경과 극한의 고통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나오는 짜릿하고 강렬한 감동에 매료되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인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들 합니다.

 

윙슈트 플라이어가 되려면, 먼저 헬멧+고도계, 낙하산, 윙슈트 등 장비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 비용과 스카이다이빙 C라이센스(200회 점프)를 따야 자격이 부여되므로 점프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교육 이수 비용 등이 만만치 않게 들며 교육 기간도 장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윙슈트 유튜브를 보면 플라이어들이 편안하게 바람을 타는 것 같이 보입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팔다리와 머리가 날개 역할을 하기에 낙하 시 강력하게 불어닥치는 바람 속에서 버티며 자신의 몸을 움직여 방향과 고도를 조정해야 하며, 날카로운 절벽이나 바위, 빌딩 모서리와 몇 미터 거리를 두고 무사히 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낙하지점에 도달하면 낙하산을 펴게 되는데, 낙하산을 편 후에도 팔다리가 날개로 연결되어 있어 지퍼를 풀어야만 하는 등 대단한 체력과 집중력, 판단력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올해 BMW에서 출시한다는 전기 윙슈트는 하강 비행만 하는 윙슈트의 한계점을 벗어나 수평비행과 상승 비행이 가능하게 되어 마침내 인간이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윙슈트 개발의 주안점을 속도보다는 윙슈트 사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장치, 예를 들면 자동차 에어백처럼 사고 발생 시 플라이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우리나라 윙슈터의 숫자가 5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 같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