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작년 부산 교통 이용률 통계에 의하면 버스전용차선제도(BRT) 시행에도 시내버스 이용률은 예상외로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버스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면, 현재, 배차 시간을 출퇴근 시, 평상시, 공휴일로 구분하고 있는데 특별한 행사 등으로 수요자의 증가가 예상되는 시점을 예측하여 배차 간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 서비스 및 운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과 버스를 비교하여 볼 때 지하철은 배차 간격이 짧고 빨라서 좋지만, 승하차 시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힘들게 걸어야 합니다. 반면 버스는 승하차 편리함 뿐만 아니라 시내 구석구석을 모세혈관처럼 연결해 주는 편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경우, 서울에서 직장 생활할 때 이용했던 주 교통수단은 지하철이었고, 시내버스를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부산에 내려와서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버스 이용에 익숙지 않아 두 번의 해프닝을 겪었습니다. 처음 버스를 탔을 때입니다. 교통카드 단말기가 버스 기사 우측에 설치된 요금함과 함께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단말기 찾느라 머뭇거리고 있을 때 버스 기사가 한심스럽다는 듯이 던지는 말에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 일이 있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버스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볼일 본 후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같은 노선 번호의 버스를 탔었습니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니 하차입니다"라는 음성안내가 나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버스 기사의 다시 찍으세요라는 큰소리에 황급히 돌아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는 온라인 버스 정보 및 관련 교통 앱을 통하여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버스라는 공간 속에서 겪었던 인상 깊은 장면이 문득 떠올라 다음과 같이 적어보았습니다.

 

ㅇ 교통카드 단말기 사용 미숙

몇 달 전 토요일 오후 7시경 귀가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정류소에서 중년 남성이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그 남자는 지갑에서 교통카드를 꺼내 들고 단말기 앞에서 계속해서 카드를 접촉했다가 떼었다가를 반복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교통카드가 문제가 있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이때 어느 승객이 단말기 하단에 교통카드를 접촉하라는 말을 하자 그제야 정상 처리되는 것을 보았었습니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교통카드 단말기 사용에 능숙하지만, 버스를 처음 이용하거나 간혹 이용하는 일부 사람에게는 착오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 착오의 출발은 단말기 화면에 있습니다. 단말기 중앙 부분에 교통카드를 아래에 대주세요라는 글씨와 함께 화살표 표시 가 있습니다. 처음 버스를 탔을 때 실수하는 사람의 대부분 안내문을 정독하지 않고 흘깃 봄으로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류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통카드를 아래에 대주세요라는 중앙 부분에 교통카드를 대면 인식되지 않고 그 아래에 카드(Card)라는 직사각형 표시 부분에 접촉해야만 인식 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교통카드 단말기가 어떻게 진화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 교통카드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아래에 대주세요라는 문구를 교통카드, 여기에라고 간단하게 표시하면서 바로 그 위치에 교통카드 인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교통카드 단말기 접촉 안내문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단말기 화면이 낯선 승객들에게 혼란을 일으켜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간단하고 쉽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ㅇ 버스 의자에 간이 방석 사용

4월 어느 토요일 오후 외출했다가 버스로 귀가할 때 일입니다. 어느 정류소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탔었습니다, 그때 내가 않은 좌석의 우측 앞 좌석이 비어있었고, 그중 한 사람이 그 좌석에 간이 방석을 꺼내서 앉는 장면이 우연히 목격되었습니다. 보통 방석을 사용할 때는 바닥이 차가울 때 차가운 기운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사용하기 위함이며 아니면 바닥이 딱딱하거나 바닥 상태가 좋지 않아 신체가 닿으면 불편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내버스 의자는 딱딱하거나 신체에 닿으면 불편할 정도는 아님에도 비록 그것이 미니 방석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정말 보기 드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마 추측건대 방석을 사용하는 것이 청결 유지를 위함이 아닐까 짐작하면서 그 여성이 무척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이어서 문득 어느 겨울철에 있었던 버스 좌석에 흔적을 남기고 간 노인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ㅇ 버스 좌석에 흔적을 남긴 노인

지난해 겨울철 어느 날입니다. 버스전용차선제도(BRT)가 운행되는 구간의 해운대 시발점에서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2인용 좌석에 아내와 같이 앉았는데 바로 앞 노약자석에 행색이 초라한 노인이 앉아 있었습니다. 몇 개 정류장을 지나지 않아 버스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에 앉았던 그 노인이 어느 정류장에서 내리기 위해 좌석에 서 일어났을 때 일어났습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었고, 그 노인이 앉았던 좌석 앞에 서 있던 중년 남성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 중앙 부분에 흔적을 남겼던 것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빈자리를 보고 찾아온 승객들은 모두 아! 하면서 뒤돌아섰습니다. 다들, 이 광경에 어쩔줄 몰라 했었습니다. 이때 40대 한 남성이 물티슈를 들고 나타나 맨손으로 그 흔적을 과감하게 처리하였습니다. 냄새에 민감한 우리는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도중에 내려 다른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오물을 치우던 그 대단한 남자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어떤 일에 종사하는 분인지 궁금하였습니다.

 

ㅇ 술 취한 60대 승객

3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6시경 어느 정류장에서 술에 취한 60대의 한 남자가 버스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잠시 덜컹거리자 앞 좌석에 앉았던 이 60대 남자가 버스기사에게 어이 기사! 운전 똑바로 해를 몇 번 반복하여 고함을 쳤습니다. 그러자 버스 기사는 능글맞게 !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말에 위안을 받았는지 그 남자는 조용히 뭔가를 중얼거릴 뿐 더는 고함치지 않았습니다.

 

ㅇ 길 묻는 남자 외국인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 토요일 오후 남포동에서 버스를 탔었습니다. 그날따라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차 안에 여러 명 있었습니다. 우리는 버스 중간 앞쪽에 자리가 나서 앞에는 아내가 앉고 나는 바로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몇 정류장을 지나지 않아 앞 좌석의 아내가 불쑥 나에게 KTX 승차권을 내밀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내 앞자리의 외국인이 아내에게 승차권을 보이면서 길을 물었던 것입니다. 당황한 아내가 그 승차권을 나에게 보여 주었던 것입니다. 승차권을 살펴보니 서울행 KTX 승차권이었습니다. 아마 그는 부산역에 가려고 버스를 탄 것 같아서 그 외국인에게 고개를 끄떡거렸습니다. 그러자 그 외국인이 How far? 라고 물었습니다. 버스 노선표를 살펴보니 부산역까지 다섯 정류장을 더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왼손바닥을 펴서 가리키면서 다섯 번째 정류장에서 내려야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외국인은 정거장에 멈출 때마다 손가락을 4, 3개를 펴서 나에게 확인을 하더군요. 얼마후 2개를 펴 보이길래 Next stop이라고 하니 그도 내말을 그대로 받아서 외우더군요. 그는 부산역 정류장에 도착하자 차창을 통하여 부산역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듯 이러 저리 살펴보더니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내렸습니다.

 

ㅇ 술 취한 여자 외국인

몇 주 전 토요일 오후 3시경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남포동으로 가는 급행버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우리는 버스의 맨 앞 좌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잠시 후 콘도와 호텔이 많은 해운대해수욕장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무리를 지은 관광객이 몰려왔습니다.

 

이 버스는 맨 앞 좌석과 출입문 계단 사이에는 칸막이가 나지막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바닥에서 약 20여 센티 높이에는 칸막이가 제외되어 있어 그 공간을 통하여 출입문 계단이 잘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공간을 통하여 무심코 출입문 계단을 향해 시선이 옳겨 졌습니다. 그 순간 출입문 첫 번째 계단과 두 번째 계단 사이에 두 개의 발이 보였는데 왼발이 두 번째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몸이 불편한 승객이라 판단하고 그 여자가 들고 있는 캐리어를 들어 올려주니 그 여자가 계단을 올라왔습니다. 그당시 나는 무릎위에 사이드백팩을 올려두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갑자기 나의 백위에 핸드폰 하나가 놓였습니다. 순간 아 이 여자가 교통카드를 찍어 달라는 부탁으로 알고 단말기에 접촉하니 반응이 없었고, 그사이에 또 하나의 물체가 떨어졌습니다. 이건 또 뭔가 싶어 살펴보니 선글라스가 들어있는 케이스 였습니다. 그러던 중 그 여자는 다행히 교통카드를 찾아서 어떻게 단말기에 잘 접촉했는지, 승차알림 음성이 들렸습니다. 아마 이 여자가 가방속 어딘가에 있을 교통카드를 찾느라고 핸드폰과 선글라스 케이스를 나에게 맡긴 것 같았습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버스 기사는 그 여성이 훤한 대낮부터 술에 취해서 일어난 것으로 설명하면서, 이렇게 술 취한 여성 승객을 자주 본다고 하였습니다. 그들 일행을 지켜본 아내는 그들이 부산역에서 무사히 내렸다고 하면서, 일본 관광객으로 추정하였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