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지난 20169월 보도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상수관 노후 탓에 34천억 원이 땅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산 상수도사업관리본부 홈피에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 보다 1인당 하루평균 물 사용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며, 반면에 요금은 매우 싸다는 점, 수질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 절약하는 방법도 예시하고 있지만, 진작 크고 작은 누수 발생 시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업관리소에서는 어떤 대책과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7, 8월경 어느 날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하는 상수도 관련 전화 설문조사에 응답한 적이 있습니다. 설문중 누수 발생 시 빠른 시간내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질의 문항에 대해 실제 겪어 본 적이 없어 답하기 곤란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겪으면서 상수도 누수에 대한 문제 인식과 대책이 절실하다는 생각되어 경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부모님이 살던 집이 재개발지역에 속한 주택입니다. 이 주택을 관리하던 중 20175월경 빈집상태가 지속되는 바람에 전기 및 수도를 끊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서 전기는 한전에 수도는 수도사업소에 전화하여 단전 및 급수중지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청 당시 이곳은 현재 빈집상태이고 저의 거주지와는 40분여 소요거리에 있어 작업시간에 맞추어 연락을 주면 달려가서 대문을 열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청후 한전에서 연락이 없어 다시 전화했더니 직원이 이미 현장에 도착하여 작업을 종료하였더군요. 그 직원의 말은 담장이 낮아 그냥 계량기를 떼어갔다고 하네요. 아이고 잘되었구나! 생각이 들어 잘 하셨다고 하면서 고마움을 표하였습니다

 

이어서 수도를 끊기 위해 사업소에 전화했더니 안내 직원이 급수중지 조치하겠다고 하면서 담당자가 전화를 드릴 것이라고 안내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자초지종 저의 거주지와 현장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 약속을 하면 대문을 열어 주는 형편임을 설명하면서 제가 먼저 약속시간대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그 시간대에는 비가 오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하였습니다. 당시 내린 비는 보슬비 정도였는데 작업하기 곤란하다고 하여 그 직원이 제시한 시간대로 약속시간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약속 시각 약 20분전에 현장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한 그 직원은 승용차를 몰고 왔는데 작업복이 아닌 평상복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에 민감한 분인 것 같아 작업하는 동안 옆에서 우산을 받쳐주었습니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갔는데 말투와 행동에서 풍기는 느낌은 퉁명스러움이었습니다.

 

이후 거의 한 달에 한두 번 빈집에 들릅니다. 마당에 대추나무와 장미나무가 있는데 옆집에 가지가 넘어가 불편하다고 하여 한 번씩 가지치기도 하고 비오면 배수구가 막히지 않도록 주위를 청소하기 위해섭니다.

 

912일 오후4시경에 대추나무 가지치기를 하기 위해 톱 등을 준비하여 갔었습니다. 대문을 지나 주택 정면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수도계량기 박스를 열어보니 박스에 물이 넘쳐 나오고 있었고, 손을 넣어 더듬어보니 작년 급수중지 시 막아두었던 부분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오후 837분에 담당사업소 당직실에 전화했더니 당직 직원이 번거롭겠지만 아침 9시에 다시 전화를 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오전 911분에 직원과 전화 통화하여 누수사실을 알렸습니다. 전화 받은 직원이 응대가 매끄럽지 못하였지만 담당직원에게 알려 연락하도록 조치하겠다고 하여 대기하였습니다.

 

오후 3시가 다 되도록 연락이 없어 오후 34분경에 다시 전화했습니다. 9시에 전화할 때 연락을 주기로 하고선 왜 조치하지 않는지 따졌더니 그 직원이 조금 후에 바로 전화하도록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로부터 15분이 경과한 320분에 담당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직원이 하는 말이 수도고장으로 전화했는지를 물어서 급수중지를 시킨 부분에서 누수되고 있다고 하니 수도계량기를 떼어갔는지를 묻더군요. 급수중지를 시키면 수도계량기 떼어가는 것이 정상인데 이분이 왜 고객에게 수도계량기 달려 있는지를 묻는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이어서 이 담장 직원에게 작업내용을 전달한 직원이 주소지를 지번 주소와 도로명 주소를 두 개 같이 적어 보냈던 것 같습니다. 고객인 나에게 왜 주소를 다르게 불러주었냐고 말하여 또 잠시 당황하게 했습니다. 하나는 지번 주소고 또 다른 하나는 도로명 주소이었는데 말입니다. 현장의 위치는 주요 지형지물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되어 오후 415분에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45분에 현장에 도착하니 대문 앞 도로 앞에 오토바이가 대어있었습니다. 대문을 열면서 사업소 직원인가를 물었더니 예 하고 대답하면서 참 시간 딱 맞혀 오네라고 퉁명스럽게 던지길래 약속시각보다 10분 일찍 왔다고 말했지요. 그 직원의 말에 의하면 정년퇴직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사업소와 용역 계약하여 일을 맡은 것 같았습니다. 이분의 복장은 오렌지색 상하의 우의를 입고 공구통을 가지고 왔더군요.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고선 현장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갔었습니다.

 

왜 누수가 발생했냐고 물어보니 급수중지 작업하는 과정에 마감재가 수압에 못이겨 터지는 바람에 누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20175월에 작업한 부분이 14개월을 경과하면서 수압을 못이겨 발생한 것이라 하였지만 당초 작업에 하자가 있었다는 것으로 짐작하였습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급수중단 작업시 작업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와서는 비오는 날 작업하는 것을 정말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퉁명스럽게 말하던 당시 직원의 태도가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누수신고 및 처리 과정중 사업소 직원들의 응대태도는 왜 본인의 수도요금과 무관한 일에 우리에게 전화하여 귀찮게 하느냐 하는 느낌을 받을 만큼 응대 태도에 문제가 많습니다. 누수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불편한 문제점을 안다면 누가 황금같은 시간을 내어 신고를 할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반면, 어느 지방자치단체 수도사업소에서의 상수도 대책이 정말 돋보였습니다. 내용은 상수도 누수신고 포상금(2만원 상당 상품권) 지급 제도를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상수도 유수율을 높이고 수돗물 누수 발생 시에 신속하게 보수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제도의 취지가 우리나라 모든 수도사업소에 확산되길 바라며, 이에 앞서 사업소 관계 직원부터 누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높히는 교육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