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이 영화는 부산일보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게 되었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이란 모든 예술의 각 장르에서 너무나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식상하기 쉬운 소재인지라 사실 큰 기대 없이 본 영화입니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진부함 속에서 잔잔히 피어나는 웃음과 사랑스러움으로 만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이 영화는 사랑에 목말라 슬럼프에 빠진 작가 구주월과 그의 여자친구 커리어우먼 이희진과의 알콩달콩하면서 솔직담백한 사랑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이 영화를 통하여 종전의 하정우라는 배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하정우의 능청스러운 매력이 돋보였던 영화이었고, 특히 진부하기만 할 것 같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구주월이 쓰고 있는 소설 속의 판타지적인 사랑이야기와 함께 독특하게 전개하였다는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최근 여성 중심의 가정생활과 직장에서의 여성파워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서 미루어 볼 때우리 사회가 신모권사회로 접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영화에서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되는 장면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왜냐하면, 여자친구 이희진(공효진)의 시원시원한 성격, 풍성한 겨드랑이 털, 담배 피우는 모습, 육식을 즐기는 식성과는 대조적으로 남주인공 구주월의 채식주의, 나약한 행동 등에서 이 영화 역시 신모권사회의 일면을 보여주었다고 여겨집니다. 더욱이 영화관람 당일 젊은 여성관객이 월등히 많다는 것과 영화관람 중에 터저나오는 웃음소리는 역시 여성의 웃음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이러한 생각을 확신시키게 하였습니다.


줄거리

31. 변변한 사랑한번 못해본 소설가 구주월(하정우)는 제목만 정해놓고 2년 동안 소설을 한 글자도 못쓰는데 그게 사랑이 없어서라 생각하고 아주 방황을하다가 안면있는 출판사 사장 조희봉을 만나게 됩니다. 어느 날 조희봉은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구주월에게 통역을 맡기기 위해 함께 독일에 동화책 계약하러 가게 됩니다. 거기에서 영화 수입사 희진(공효진)을 만납니다. 희진과는 비록 짧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주월은 한눈에 반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희진에게 연애편지를 씁니다.

한편, 출판사 사장 조희봉은 주월에게 글 쓰는데 진도가 나질 않자 신문찌라시에 소설을 연제하라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M(이병준)은 주월에만 보이는 인물로 어려운 상황이 올 때마다 주월의 고민상담을 다 들어주고 충고도 합니다.

연애편지 쓴 1년 만에 드디어 희진으로부터 연락을 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사귀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후 희진은 영화수입사를 그만두고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합니다. 연애 초반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 같았던 방울방울한 연애가 희진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애정이 식고 희진은 알래스카의 부모님 곁으로 떠나게 됨으로써 해어지게 됩니다.

얼마후 알래스카에 있는 희진에게 주월이 보낸 우편물이 도착되는 장면과 이어서 펼쳐지는 알래스카에서 주월과 재회하는 장면으로 해피엔딩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