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톰 행크스가 감독하고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출연한 이 영화는 톰 행크스의 외모만큼이나 평범한 로맨스 물이었습니다. 이 두 배우는 사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배우인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이유가 톰 행크스의 외모에서 풍기는 너무나 순진하고 평범한 인상 그리고 줄리아 로버츠의 매우 큰 입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영화 내용 또한 래리 크라운처럼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온 직장에서 쫓겨난 후 다시 배움을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많은 대출금과 고유가에 허덕이는 그가 승용차를 버리고 스쿠터로 바꿔 타게 됨으로써 미모의 교수와 사랑에 빠지는 등 현실과는 맞지 않는 중년의 이야기입니다.

로맨틱 크라운은 제목처럼 우리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만큼의 강렬한 로맨스가 있거나 또한 관중에게 웃음소리를 가득 채워주는 그런 코미디가 역시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천천히 흘러가는 가운데 간간히 전해지는 웃음과 너무 평범해서 그저 그런 것같은 로맨스물이었지만, 감정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듯 친근감이 돋보이논 영화였기에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불황으로 대규모 감원이 일상화된 미국에서 모기지 사태 이후 빚더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스토리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에게 한 박자 늦추고, 잠시 변화를 가져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면서 잔잔한 감동이 슬며시 옆으로 다가 오는 그런 영화이었습니다.


줄거리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래리 크라운이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장면 그리고 수십 개의 쇼핑카트를 운반하는 모습 등에서 그가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직원임을 알려줍니다.

마트에서 열심히 일하는 그에게 어느 날 회사 상관들이 면담을 요청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9번이나 받은 우수사원 상을 또 받는 줄 알고 즐겁게 간 면담 자리에서 해고를 당합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에 다른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가 학력 때문에 승진이 안 되니 회사를 나가달라는 것입니다.

20여 년간 해군에서 취사병으로 일하며 살다가 변화를 가져왔던 직장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달의 사원으로 뽑힐 만큼 애써왔건만, 그에게 돌아온 건 퇴출이었으니 결국 남은 건 이혼한 아내의 위자료를 주기 위해 얻었던 엄청난 대출금과 불경기로 인한 재취업의 어려움뿐이었습니다.

실의에 빠진 래리는 친구의 충고로 집 근처 전문대(커뮤니티 칼리지)에 입학하고, 학장의 권유로 처음 등록한 스피치 수업에서 까칠한 여교수 테이노를 만납니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래리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만, 친절하고 활기찬 젊은 친구 탈리아를 만나면서 스쿠터 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조금씩 대학 생활에 흥미를 느낀다.

탈리아는 순수하게 톰행크스를 아버지뻘로 여기고 패션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과 협찬 등 여러가지 도움을 줍니다.

테이노 교수는 강의를 듣는 학생이 10명이 되지 않으면 남는게 없다며 폐강을 해버리려 했지만 래리 크라운의 등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수업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말하는 법을 강의하는 그녀는 호감가는 외모와는 달리 수업하는 내내 까칠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렇치만 영화 초반에 히스테리컬하고 괴팍한 성격이 점점 사랑스런 귀여운 여인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학점에 플러스를 찍고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짓거나, 술에 취해 키스해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이 커플의 로맨스는 뜬금 없이 시작해 후반부로 갈수록 탄력을 받습니다 , 때때로 엉뚱하면서도 허술한 그녀와 친절하고 따뜻한 래리 크라운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점점 상대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