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개인이든 법인이든 간에 살아 있는 모든 조직에는 목표가 있으며 그 하위개념의 수단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원래 모든 공동체 목표 달성의 수단 중의 하나인 돈은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나타내는 기준, 돈을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의 교환 수단, 상품을 사거나 세금이나 벌금 등을 낼 때의 지불수단, 돈은 지폐나 동전에 표시된 금액만큼의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 등의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수단은 조직의 목적을 이루려는 방법(규칙, 절차 등) 및 도구를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칙, 절차와 같은 인센티브에 집착하다 보면 수단이 목표 시 되고, 목표가 수단으로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목표와 수단의 도치라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경제사회문화정치 등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억의 유산 때문에 부모를 죽이는 패륜 현상부터 시작해서 상속문제 때문에 가족끼리 법정 싸움도 일어나고, 대학생들이 돈 때문에 윤락행위를 하는 등의 그 예가 아닐까 합니다.

 

오래전에는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었지만,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예기라서 그런지 지금은 이런 말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돈 가치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우리 인간의 돈에 대해 지나친 욕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치적 목표를 모두 버리고 오로지 돈만을 좇는 것에서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요즈음 부정부패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오만원권과 관련하여 화제가 된 이야기를 담아 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이용하는 돈은 일만 원권 지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지폐는 한국은행에서 1973년에 처음으로 발행되었습니다. 그 후 36년 동안 최고액권의 자리를 지켜오다 지난 2009623일에 발행된 오만원권에 그 자리를 넘겨 주었습니다.

 

오만원권의 발행배경을 살펴보면 두 화폐의 최초 발행 시점에서 우리 경제규모를 비교해서 그동안 물가가 13배 올랐고 1인당 국민소득도 110배 이상 증대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도 그 요인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제규모의 변화의 흐름에서 자기앞수표가 사실상 고액권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표는 현금과 달리 어디까지나 지급을 약속하는 증서에 불과하다는 인식과 사용시 수표 뒷면에 배서를 해야 하는 등 적지않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그기에다 은행의 경우 10만원 자기앞수표 제조와 취급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2,800억원이었다고 합니다. 이와같이 자기앞 수표대체 비용의 절감 효과를 거두고 수표 사용시 배서를 해야하는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만원권 발행이후 우리 실생활에 여러가지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일반적으로 3만원부터 시작했던 축의금의 하한선 기준이 어느새 5만원으로 올라서는 분위기를 자아내었습니다. 5만원권 몇장만 지니면 대략 급한 지출이 가능하게 되어 지갑이 얇아지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2014년 상반기 5만원권 환수율은 28.1%로 작년 같은 기간(54.5%)1/2 입니다. 환수율이 28.1%라는 것은 한국은행 금고에서 나와 시중에 풀린 5만원권 100장 중 28장만 유통되어 한은에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개인 금고에 깊숙이 넣어두고 있을 것으로 추정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오만원이 안겨준 생활의 편리와 이득보다는 수표처럼 돈의 흐름을 추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비자금이나 뇌물, 은닉재산, 탈세 등 부정 및 불법행위의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건 우리를 씁쓸하게 합니다.

 

20114월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110억대의 돈뭉치가 쏟아져 나오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지요. 당시 경찰이 마늘밭을 파헤친 결과, 불법 도박 수익금으로 알려진 5만원권으로만 무려 110억원의 현금이 나왔습니다.

 

2011년 생활용품 기업 피죤의 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전직 사장에 대한 청부폭행을 지시하면서 대가로 폭력배에게 건네진 돈은 3억원. 이 돈은 5만원권 6000장으로 전달됐다고 합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로비 청탁 명목으로 17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로비스트 박태규의 자택과 개인금고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5만원권 1만여장이 은닉돼 있었다고 합니다.

 

2013년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자금 56억원을 절취해 사용한 친구A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아 조사한 결과 "A의 은신처에서 현금 5만원권으로 약 32억 상당을 압수하였다고 합니다

 

20144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인 청해진 해운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다가 반백골의 시신으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례식이 830~31일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치러집니다. 그의 도피처인 순천 별장에서 4, 5번의 번호가 적힌 가방 두개와 그 속에서 5만원권 다발(8억여원)이 발견됐고 8월 자수한 김 엄마 친척집에서 다시 다섯개의 가방에서 5만원권 다발(15억여원)이 발견되었습니다.

 

2014년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과 관련한 뭉칫돈 의혹의 발단 역시, 박 의원의 운전기사가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한 5만원권 묶음 3000만 원이었고, 박 의원 아들 집에 쌓여 있던 돈뭉치 6억 원도 5만원권이었습니다.

 

따라서 개인·기업이 어딘가에 쌓아두고 있는 오만원권을 끄집어내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반면 개인·기업 금고에 넣어두는 것을 차단하여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오만원권 신권 발행 시 1~2년 단위로 채색을 달리하거나 발행 연도를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은행에서 오만원권 일정 금액 이상 지급 시 개인 기록을 유자하고 한도를 정한다. 일정 기간 단위로 발행이 오래된 오만원권 화폐는 사용을 금지하고 금융기관 예치만 가능하게 하면서 일정률의 수수료를 물린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