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봄이 왔습니다. 서울의 벚꽃이 99년 만에 가장 일찍 피었다고 하니 봄이 오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봄이 깊어질수록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더 높고 요란스러워집니다. 그런데 이런 봄기운의 따스함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LH 땅투기 파문과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올린 익명 커뮤니티 게시글 때문입니다.

 

어차피 한두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 다들 생각하는 중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거임?ㅋㅋ 니들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빨면서 다니련다ㅎ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ㅉㅉ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글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이 떠 오릅니다. 그는 가진 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내가 누리는 것은 내 노력과 능력 덕분이라는 사고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능력의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재능은 노력이 아니라 행운의 결과라고 하였습니다.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죽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도 오만하게 행동하다가 결국 파국을 맞이하는 비극의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역사적 기록을 통하여, 또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주제로 다루어져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적 분위기는 가진 자와 힘 있는 자의 오만에 대하여 싸늘한 시선을 넘어서 다같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실감했었습니다.

 

지난겨울 어느 때쯤 운동하다 왼쪽 무릎을 다쳐 치료 중이었고, 보행에 어려움이 있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전통시장 오일장에 아내와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시장 구경을 하다가 어느 할머니 노점상에게 물건을 사는 동안 아내 옆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그 할머니가 아저씨는 무엇인데, 호주머니에 손 넣고 그렇게 서 있느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당시 덩치 작은 아내는 시장바구니 2개를 들고 있었지만, 본인은 맨몸에다 호주머니에 손 넣고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으니 오만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재빨리 그럴 사정이 있다고 말하고는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오만한 사람은 정작 오만해지는 자신을 스스로는 모른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오만함이 불러온 사건으로 알려진 것 중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첫째,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핵사고로서 당시 오만한 권력의 무능, 무지, 무책임이 거짓과 은폐가 뒤엉켜 터진 대재앙이었습니다. 원자로 폭발로 나온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지금도 수많은 피폭자가 암과·백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원전 반경 30이내 지역은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준은 지금도 정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 비틀스의 존 레넌은 1966비틀즈가 예수보다 유명하다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가 엄청난 성공에 도취하여 자신의 능력을 기독교의 신과 비교하는 오만함을 보였다고 하여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분노하였습니다. 그는 "기독교를 부정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사과하고 콘서트 활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1980128일 뉴욕의 아파트 빌딩에서 자신의 광적인 팬에 의해 피살됐습니다

 

셋째, 미국 코로나19 사망자가 54만 명을 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에서 사망한 미국인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라 합니다.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지도자 오만하게 생각하고 대처했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넷째, UFC 역사상 최초로 동시에 두 체급(페더급,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한 맥거리그는 링밖에서 폭행사고를 여러 차례 일으킨 트러블 메이커였습니다. 그는 입만 열면 상대를 무시하는 거친 언사를 내뱉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UFC 입장할 때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건들거리는 걸음걸이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습니다. 그는 은퇴를 번복하다가 1년 만에 무대에 올라섰지만, 6년 전에 TKO로 이겼던 포이리에를 1분 안에 끝낸다고 큰소리치다가 오히려 그 자신이 생애 첫 2라운드 TKO패로 무너졌습니다.

 

위 사례 중에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오만은 가십거리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기업체의 리더가 오만해지면 그 구성원이 불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의 리더가 오만해지면 나라가 위험해지며, 더 나아가 히틀러와 같은 국가 리더가 있다면 세계 평화를 위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회지도층은 먼저 자신의 오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하들이 오만하지 않도록 돕는 것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오만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떠오른 것이 언론입니다. 언론의 역할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 사회지도층이 오만의 경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의 감시와 견제를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직 내 자유로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 제도를 통하여 조직구성원의 업무에 대한 적극성을 유도하여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으며, 또한 조직 내 각급 리더들의 오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끝으로 무엇보다도 리더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리더가 느끼는 압박감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정신과 상담,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자발적 체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과 병원에 가는 것이 부담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