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오늘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못내 이룬 행복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미처 이루지 못한 자신의 소망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련히 스쳐 간 인연의 흔적을 기억하며 재회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찬 만남의 기쁨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많은 기다림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생존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다릴 때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집에서 먹는 음식을 만드는데도 기다림이 필요하기에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은 그 나라의 민족성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우리나라 전통 음식은 그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많은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음식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기다리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바빠지기 때문에 그 기다림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편리하므로 인스턴트식품이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맨처음 엄마의 젖을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성장하여 유아원에 들어가면 일 년내내 기다는 것이 생일파티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소풍 가는 날과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기다리면서 학창 생활을 보낼 것이며,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되길 기다리며, 대학생은 좋은 취직자리를 기다립니다, 군인은 하루가 지나면 달력에 X자를 표시하며 제대날짜를 기다립니다. 직장인은 내 앞에 나타날 사랑을 기다리고, 빨리 큰돈 벌기를 기다리고, 더 나은 직장을 기다리거나 진급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출근 후에는 퇴근을 기다리고, 평일에는 휴일을, 또 휴가를 기다립니다. 여름엔 시원한 가을을 기다리고, 겨울엔 따뜻한 봄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사회적 지위가 높든 낮든 간에, 빈부의 차이가 있든 없든 간에 개개인에게 주어진 삶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물론 기다리는 빈도수에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그러다 기다리던 일이 완성되면 또 다른 것을 기다리고, 그것이 완성되면 또 다른 기다림의 대상이 발생하는 기다림의 쳇바퀴를 끝없이 돌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평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우리는 결국 한 번도 기다리지 않았던 죽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죽음의 순간까지 달려가면서 한순간도 기다림을 포기했던 적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간혹 기다리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을 비워버리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다림이란 지금 이순간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마음의 끈을 잠시 내려놓을 때 마음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이러한 기다림은 현재의 상황이 어렵거나 곤란하다고 느끼고 이를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기다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고, 지금 이 순간 만족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고되고 괴로울 뿐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뒤돌아 보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누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행복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있지 결코 미래에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알지만 그래도 기다립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