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친숙한 곤충 중의 하나가 개미입니다. 때로는,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건물에 침입하는 등 인간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자연의 땅을 기름지게 하고 숲을 청소하는 이로운 역할 등 여러모로 유익한 기능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옛날 초등학교의 교과서에 등장하기도 하였던 개미와 배짱이이솝 우화를 통하여 개미는 일찍이 우리에게 일 잘하고 소박하고 부지런한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인도양에 위치하는 조그마한 섬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선 생각이 바꼈습니다. 크리스마스섬은 오스트레일리아령에 속하는 섬으로써 발견한 날이 1643년 크리스마스날이라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 섬은 1억여 마리의 홍게가 알을 낳기 위해 해변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최근 소개된 EBS ‘미스터리 아일랜드다큐멘터리 중 이 섬에 사는 홍게는 새의 날카로운 부리 공격에도 끄떡없을 만큼 몸이 단단한 껍데기로 덮여 있습니다. 그런데 개미의 공격으로 매년 10,000,000~ 15,000,000마리의 홍게들이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노랑미친개미가 무리를 지어 홍게의 눈과 입 부분에 개미산의 집중 공격으로 홍게의 온몸에 개미산이 퍼져 서서히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느 곤충학자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상에 현존하는 개미를 숫자를 추정하고 한 마리의 평균 체중을 대략 계산해 보면 전 세계에 분포하는 개미의 무게는 인류집단 전체의 무게와 맞먹는다고 하였습니다.

 

개미들은 세계 모든 곳에 떼를 지어 살고 있는데 개미가 살지 않는 곳은 남극과 북극, 일년 내내 눈이 덮여있는 높은 산꼭대기 그리고 바닷물 속뿐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문명 사회는 우리 인간이 지배하고 있지만, 사람이 만들지 않은 저 광활한 자연 생태계를 지배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작고 보잘것없는 곤충들, 그중에서도 특히 개미들이라고 합니다.

 

개미의 경제 기본 단위는 군락이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미들이 활동하는 방식은 철저한 분업제도라고 합니다. 어느 학자의 주장처럼 종족 번식은 인간에게 프로그래밍된 무의식적 목표라고 할 만큼 중요한 본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미는 종족 번식조차 분업화하는 것이 정말 신기한 사실입니다. 이른바 번식 분업이라 합니다. 여왕개미는 평생을 오로지 알을 낳는 일만하고, 일개미들은 여왕을 도와 군락의 번식에 필요한 모든 일을 맡는다고 합니다.

 

번식이 구조적으로 분화된 사회에서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해 일개미들이 채택한 분업제도는 오늘날 인간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기업의 경영 방식에서 같이 협동과 분업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일꾼개미가 자기 자손을 남기는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개체의 번식을 돕는 이런 자기 희생적 행위는 곤충의 사회성 행동 중에서도 가장 진보된 단계라고 합니다. 이런 단순하지 않은 진화와 유전적 작용으로 수천 수백만 년 동안 냉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작은 개미들은 한 개체씩 떼어놓으면 미약한 생물이지만 무리를 지어 활동하게 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개미는 시력이 없지만, 상대의 움직임으로 사냥감을 판단한다고 합니다. 개미들은 사냥감이 저항할수록 더욱 맹렬히 공격한다고 합니다. 이런 개미군단의 위력은 바로 그 단합과 수적 우세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인간과 더불어 생태계에서 집단으로 조직을 만들어서 '전쟁'을 하는 몇 안되는 생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보통 개미 전쟁은 거주 영역이 겹쳤을 때 일어난다고 합니다.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페로몬 냄새가 다른 개미를 만나면 즉시 싸움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싸우는 과정에서 경보 페로몬을 발산해 동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두 마리의 싸움은 곧 패싸움으로 번지며, 결국은 개미집 사이의 전면전이 된다는 것입니다.

 

개미 전쟁 결과 승자가 패자의 집에 쳐들어가 성충 개체를 모조리 물어뜯어 죽인다고 합니다. 특히 여왕개미와 공주개미들을 철저히 죽여 다시 그 왕국이 일어설 조금의 가능성조차 없애버린다고 하니 정말 잔혹합니다

 

그동안 자연생태계를 지배하는 동물은 몸집이 크고 사나운 동물일 것으로 여겨왔지만 사실은 보잘것없이 작은 체구를 가진 개미가 자연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예의 하나로 개미가 서로 협동하여 자기보다 훨씬 큰 동물을 잡아먹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미 전문가 최재천 교수는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전쟁, 쿠데타, 암살, 사기, 납치 등이 거짓말처럼 개미사회에서도 다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문제를 시작으로 정치권과 관련 이해집단들이 진영논리에 따라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 마치 개미 전쟁을 연상하게 됩니다. 우리가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다보면 인간 역시 하나의 작은 개미에 불과하다고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