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2019년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만, 특히 소리만 컸던 정치권에서의 대립과 갈등, 정치력의 부재로 인하여 실속이 없었던 한 해였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명이 진화하는 것 같으면서도, 권력과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한 어느 언론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좌우로 나뉘어 진영싸움을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개미 전쟁이 연상되었습니다. 개미는 인간과 더불어 생태계에서 집단으로 조직을 만들어서 '전쟁'을 합니다. 보통 개미 전쟁은 거주 영역이 겹쳤을 때 일어난다고 합니다.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페로몬 냄새가 다른 개미를 만나면 즉시 싸움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싸우는 과정에서 경보 페로몬을 발산해 동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두 마리의 싸움은 곧 패싸움으로 번지며, 결국은 개미집 사이의 전면전이 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일련의 정치적 사건을 보고 있으면 한국 정치에는 중간이 필요하다고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중도 정치가 발붙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중간의 최적점을 유지할 수 있는 유능한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부는 미세한 바람에 따라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지 않고, 숲을 볼 수 있는 중간지대 유권자 역할 또한 중요한 시기입니다

 

중간과 관련하여 어렸을 때부터 무척 많이 듣고 자란 말 중의 하나가 어중간하다는 말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두루뭉술하다'라고 되어 있는데, 즉 이렇게 하기에도 맞지 않고 저렇게 하기에도 맞지 않는다는 다소 부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말에는 어중이떠중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어중이는 어중간하게 끼인 사람을 뜻하며 이와 운을 맞추기 위해 떠중이가 붙여져 어중이떠중이라는 낱말이 되었고 그 의미는 실력이 변변치 못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의 변화와 함께 가운데 ''자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어느 분야에서나 중간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제 위치를 다 하므로 꼭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는 '사이가 좋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듣기에도 부담없고 기분 좋은 말입니다. 어느 한국어 어휘 학자의 말을 빌리면 사이가 좋다는 말은 두 사람의 중간이 좋다는 뜻이라 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지나치게 영역을 차지하게 되면 상대방은 반대로 차지하는 영역이 좁아지게 되므로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지려면 양보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두 사람의 사이, 곧 너와 나의 사이가 좋아지려면 최소한 자신의 영역인 중간 부분까지는 가더라도 그 중간 부분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이는 상대방의 침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중간 사이에 머물러 있을 때 서로 친해집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는 중간이 좋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라 합니다.

 

중간의 중요성을 사람의 신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체 모든 부분은 사슬처럼 연결이 되어있어 각 부분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다리는 우리가 활동할 때 온몸의 전체 무게를 받쳐주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한쪽 다리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 다리에도 영향을 끼쳐 몸의 균형은 서서히 무너지게 됩니다. 하체의 역할이 정치의 역할과 비슷합니다. 신체의 좌우 다리가 모두 건강해야 하듯이 우리 정치권의 좌우도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하체를 튼튼하게 안정감 있게 바르게 잡아줄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신체의 중심부에 있는 코어 근육과 엉덩이 근육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중심부에 있는 코어 근육과 엉덩이 근육이 잘 발달해야 신체의 균형과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듯이 우리 정치권에서 이른바 중도 세력이 점점 불어나고 건강한 역할을 잘 수행해야 비로소 정치 발전을 일구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중간의 유사 단어인 중립을 연상하면 떠오르는 것이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입니다. 최근 미국 시사지에서 선정한 2019년 최고의 국가 1위에 스위스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알프스의 수려한 자연경관, 정치적 중립, 높은 국민소득, 낮은 실업률 등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부유한 세계 최고의 국가로 뽑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22위로 랭크되었습니다.

 

'처음도 말고, 끝도 말고, 중간 정도 해라.' 요즘 정치적인 상황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사물의 중간은 좋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그리고 아릅답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