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지난 84일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해운대해수욕장에 갔었습니다. 더운 날씨 관계로 저녁 식사는 간편하게 햄버거로 때우기로 하고 구남로에 있는 햄버거 유명브랜드인 ○○○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7월 이벤트 기간 동안 3번 정도 이 매장을 들렸습니다. 그날따라 습관적으로 이벤트 기간 할인가격에 해당하는 금액만 들고 카운터에 갔었습니다. 이벤트 기간이 지난 것을 미쳐 생각지 못하고 며칠 전 구매 가격과 다르다고 했더니 직원이 시무룩한 표정에 반말투로 그 가격은 행사기간 가격이라고 짧게 말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하는 말이 대기 손님이 많아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그 직원의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말투에서 엄숙한 법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화 분위기가 연상되었습니다.

  

외부 테이블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는데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내 주문번호가 전광판에 떴습니다. 재빨리 카운터에 가서 주문번호를 주었더니 아니라고만 하더군요. 그럴 경우, 전광판 번호 표시가 잘못된 데 대하여 전산 오류라던가 아니면 입력을 잘못했다든지 등 안내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인데도 쳐다보지도 않고 하던 일만 계속하더군요.

 

그렇게 잠시 서있다 보니 전광판에 있던 내 번호는 사라졌고, 다시 외부 테이블로 돌아와 대기하였습니다. 얼마후  전광판에 번호가 다시 떠서 가보니 주문시 요구한 테이크아웃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당황하여 포장이라고 두 번 외치니 고쳐서 주었습니다. 햄버거 하나 사는데 이처럼 고난의 과정을 겪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 말고 다른 매장이 없나 검색해보았더니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는 이곳밖에 없네요.

   

햄버거 매장을 나와 이번에는 고르케를 먹고 싶다는 아내의 요청에 따라 최근에 생긴 고르케 매장으로 갔었습니다. 아내가 매장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매장 출입구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30~40대 동남아 외국인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아무 말없이 갑자기 다가와서는 바로 코앞에서 얼굴을 가까이 들이 내밀고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당시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기 때문에 눈싸움에 유리하였습니다. 잠시 후 저는 짧은 영어 실력으로 ”Go!, Go!“라고 조용히 말했지요. 그 사람은 그렇게 내 얼굴을 한참 보더니 음! ! 소리를 내면서 이번에는 악수하자고 오른손을 내밀었습니다. 나는 악수하기 싫다는 뜻에서 오른손을 몸 뒤쪽으로 두면서 ”Go away“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여러 번 악수 시도를 하는 것을 거절하니까. 이번에는 내 얼굴 옆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얼굴을 들이 내밀더니, 갑자기 나에게 나직하게 한국어로 “×같이 생겼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술 냄새가 확 다가왔었습니다. 순간 이 사람이 한국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당황스러워 멈춤 하는 순간 그 사람은 저만치 약간 비틀거리며 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멍한 상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람이 고르케 매장에서 나왔고, 저는 해운대 백사장 방향으로 진입하면서 문제의 국적을 알 수 없는 그 사람이 어디에 있나 하고 살펴보니 구남로 주변 도로가에서 천막치고 사주팔자 보는 여성 역술인에게 다가가 아까 나에게 취했던 것과 같이 그 역술인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역술인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깔고 있는 것을 멀리서 목격되었습니다. 문득, 며칠 전 제사 지내는 것, 사주팔자 보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면서 십자가를 둘러메고 구남로 거리를 활보하던 어느 종교인과 같은 사고와 믿음을 가지고 저렇게 행동하는 것인가 라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당시 느닷없이 당한 일이라 미쳐 생각지 못했지만, 이 사람이 UFC 등 격투기 계체량 행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파이터들의 기 싸움을 흉내 낸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UFC 등 격투기 스포츠에서 선수들 간의 기 싸움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특히 계체량 도중 상대방을 얼굴을 거의 닿을 듯 가까이 대면서 노려보는가 하면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욕설, 몸을 밀치거나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사실 기 싸움은 생존을 위한 약자의 행동이며, 또한 불안감과 공포감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동물도 처음 맞닥뜨리면 기 싸움부터 먼저 시작한답니다. 매섭게 상대를 노려보고 그다음엔 으르릉대며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짖는 등 기세로 제압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이빨로 물어뜯거나 발톱을 세워 공격한다고 합니다. 이와 달리 강자로 분류되는 뱀이나 악어 등은 기 싸움없이 기습적으로 공격을 한다고 하지요

 

7월 말부터 8월 초가 피크인 해운대해수욕장은 피서객 반이 외국인 것 같습니다. 7월 말경 해가 넘어갈 즈음 해운대 백사장에서 해변 가까이 돗자리 깔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긴 해변을 맨발로 산책하는 관광객이 꽤 있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은 비키니 차림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긴소매에 긴바지 차림의 2명의 외국인이 시야에 들어왔었습니다.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두 소녀가 몇 번인가를 왔다 갔다 하길래 아내가 이 여자들 몸매 자랑하느라 왔다 갔다 한다고 말하며 쳐다보고 있었습니다그때 파도가 밀려와 긴옷 차림의 소녀의 옷을 다 적셨는지 아이 감짝이야라고 유창하게 우리말하던 외국인을 다시 생각나게 하더군요

 

그러나저러나 폭염 때문에 차라리 태풍오기를 기대하는 흔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젠 8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건만 한낮기온은 폭염으로 여전하지만 아침 저녁엔 저멀리서 가을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조금씩 주는군요.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