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코로나 19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고, 부산에서는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되었던 724일 토요일 오후에 다대포해수욕장에 갔었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오후 4시 조금 넘어 지하철 1호선 다대포역에 도착하여 다대포해수욕장으로 향하여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세족장을 지나치자마자 앞서가던 사람이 갑자기 우측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걸음 걷지 않아 사하구 관광괸리사업소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 직원이 2명이 앞길을 막아섰습니다.

 

그중 한 직원이 손가락으로 좌측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저기 적혀있는 안심콜로 전화하세요, 전화 안 하면 입장 못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그 직원의 강압적인 말투에 당황하는 사이에 옆에 있던 아내가 안심콜로 전화하고 앞서 들어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쾌한 기분이 들면서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백사장 면적이 상당히 넓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안심콜로 출입관리를 한다는 것이 형식적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비효율적이라고 그 직원에게 한마디 남기고 들어갔었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솔밭에서 무더위를 식히고 있는 시민들 사이로 4~5여 명의 여직원이 어깨띠를 두르고 마스크 씁시다라고 외치고 다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솔밭 소로길에서 남자 직원이 마스크 써세요를 허공을 향해 여러번 반복해서 외쳤습니다.

 

이런 주변 분위기와 직원들의 고성에 압도된 듯 옆에 앉아 있던 아내가 물을 마시는데 마스크 쓴채로 입만 겨우 드러내어 조심스럽게 마시는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 하여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주위에는 화투를 치고 있는 부부가 여기 저기 보이고, 대개 2~3명이 둘러앉아 조용히 쉬고 있는 모습만 보일뿐 둘러 봐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스크 착용 등 공지 사항이 있으면 다대포해수욕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하여 안내 방송하면 될 것입니다. 마스크를 써라고 고함을 칠 것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스크 착용을 안한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다가가 마스크 쓰기를 권고하고, 이런 권고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다면 관계 법령 위반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가 아닐까요. 그들의 고함소리가 더위에 지쳐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려고 나온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게 만들었습니다.

 

731일 토요일 오후에는 해운대해수욕장 조선비치호텔 앞에 있는 송림공원에서 잠시 들렸으며, 84일 토요일에도 역시 올해 가장 무더웠던 날이라 해운대해수욕장 송림공원내 소나무 그늘에서 무더위를 식히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옆 4여 미터에 떨어진 곳에 남녀 2명이, 10여 미터에는 남자 1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의 등 쪽에 단속이란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은 관광관리사업소 직원 4명이 등장했었습니다. 그들 중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한 명이 교통경찰이 주로 사용하는 경광봉을 들고 있었는데 우리 쪽을 향하여 그것을 좌측으로 흔들며 나가라는 제스처를 하였습니다. 잔디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보호줄 하나 없으며, 사전 안내 방송도 없었으므로 어떤 이유로 통제하나 싶어서 나는 왜요라고 물어봤더니, 그는 거기에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하고 우리 앞을 지나갔습니다.

 

늘 개방되었던 공원 잔디에 출입을 금지할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는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조치를 하든지 아니면 안내 방송을 통하여 안내하는 것이 정당한 절차임에도 무더위에 몸을 식히고 있는 시민들에게 불쑥 다가와 아무런 말도 없이 경광봉만 흔들어 대는 관리사업소 직원의 거만한 태도를 보니 8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 되돌아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이유를 묻는 시민의 물음에 수긍할 수 있는 적절한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잔디밭이 무슨 통제구역이라고 되듯이 단호하게 거기에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라고만 하니 참 그렇네요.

 

이런 와중에 옆의 2명은 주섬주섬 갈 채비를 하고 있었고, 그사이 10여 미터 옆 혼자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경광봉을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일어날 낌새가 보이지 않자 그 직원은 잔디밭에 들어가 그 남자 코앞에서 경광봉을 흔들어 대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가버렸습니다.

 

아마 이런 행동은 코로나 19 방역 활동과 무관하게 잔디를 관상용으로 보존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보여주기식을 강조한다면 조선비치호텔 앞에서 이벤트 광장 사이의 호안도로가 여기 저기 지반이 침하되고 화강암 블록이 불쑥 튀어나오는 등 하자로 인해 외관상 좋지 않고, 보행에 불편을 줄 수도 있을뿐 아니라 어린이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는데도 그것은 왜 방치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호안도로는 2016년 태풍으로 손상되어 해운대구가 20175월부터 354700만 원을 투입해 해수욕장 1.5구간을 20183월경에 준공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사 중 한 공사업체가 해수욕장 모래를 끌어다 쓴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었다는 사실도 있습니다.

 

우리도 2시간 정도 쉬다가 귀가하기 위해 6시 조금 넘어 그 자리를 벗어나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포장마차촌 입구 쪽이 보이며 탈의실용(?) 버스 2대가 가까이 있는 화장실에 간 아내를 기다리고 있을 때입니다. 갑자기 누군가에게 빨리 오라는 외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시설 종사자인 듯한 4여 명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있었는데 소주병에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6시부터는 취식 및 음주를 할 수 없다는 관광관리사업소 안내판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둘러 않아 술자리를 펼치면서 큰소리로 동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을 보니 씁쓸하였습니다. 공휴일 직원을 통한 방역 활동은 코로나 19 방역 대책의 보여주기식 행정이며 실적 내기의 형식적 대처 방안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로 널리 알려진 1986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연인원 205만 여 명의 경찰이 투입된 사실이 떠 올랐습니다. 당시 매스컴에서 연일 동원인력을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활발하게 진행된 듯 보였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넘어갔다가 유전자 검사로 2019년에야 범인이 잡혔던 사건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사건 해결을 위해 동원된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사가 형식적, 비효율적으로 진행되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옛날 문민정부가 막 들어서 작고 강한 정부를 표방할 때 겪었던 일입니다. 우리 근무지가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데다가 당시 분위기가 조직이 축소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을 때라 사무실 직원 모두가 눈치 보느라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는 분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시 윗사람이 퇴근했는지 부속실 여직원 통해 알아보고 대기하던 중 한 고위 간부가 늦은 시각에 우리 사무실에 불시에 들어와 한번 휙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끄지 않고 있던 한 직원 앞에 서서 늦은 시간까지 수고 많구나라고 말을 하면서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그 간부가 떠난 후 사무실 직원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당시 그 컴퓨터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일하는 티를 내면서 퇴근할 방안이 결정되었습니다. 직원 모두가 순번을 정하여 순번대로 매일 직원 1명이 남아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불 켜두고 대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72일은 유엔이 한국을 선진국으로 편입을 공식화한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우리나라도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놓여 있는 만큼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을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과 강압적 방식을 이제야 말로 끝내야 할 때입니다.

 

끝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휴일에 직원이 현장에서 방역 활동의 형식적인 실적 내기보다는 차라리 여기에 투입되는 소요 예산으로 드론을 도입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 하는 것입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