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 10월은 잔인한 달의 시작인가요.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되었던 비선 실세 문제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통하여 사실상 인정되었습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최순실 비리를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특혜 입학 의혹이 제기된 이대 총학생을 포함한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가 26일 연이어 시국선언을 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였습니다.

 

역대 대통령후보자들은 누구나 당선되면 누구나 자신은 절대로 부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청와대만 들어가면 마음이 변하는 것인지 정권이 끝날 때가 되면 어김없이 측근들의 온갖 부정부패가 하나씩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대통령 측근 비리가 5년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침울하게 합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있다고 합니다. 어느 조직이건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으면 집권화되어 권력지향적이 되고, 비리가 그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위임하고 분산시킬 제도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청와대 구조도 너무 밀폐되고 격리된 공간이라고 오래전부터 지적됐습니다.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이 근무하는 곳인 비서동에서 청와대 본관(1991년 준공)의 대통령집무실까지의 거리가 차를 타고 5, 도보로 10~20여 분 소요된다고 합니다. 비서실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는 면담일정을 잡아야 하는 등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있더군요. 누군가는 최근 SNS 시대에 살고 있는데 뭘 그리 문제가 되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어느 학자의 말을 빌리면 "업무 공간내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소통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하니 대통령집무실과 비서실을 재배치하여 이러한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즈음 각종 매체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선이란 비밀리에 운영하는 비공식적 조직이나 인간관계로 형성된 인맥을 일컫는 말입니다. 비선이란 하는 말이 떠도는 것 자체가 공식조직보다는 사적인 인연이나 비밀스러운 인맥이 훨씬 더 중시되는 걸 의미합니다. 따라서 권력이 사적 조직을 통해 작동한다는 의미는 나중에 부정부패의 씨앗이 될 소지가 있으므로 그것이 비록 선의에 입각한다 하더라도 금기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시국과 관련하여 어떻게 수습하고 해결할 것인지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역할은 이미 물 건너간 거나 진배없다고 하면서, 같은 당 의원들도 탈당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남은 임기 동안 국방과 외교만 관장하는 것이 옳다고 하며, 야당과 협의해서 거국 총리를 임명하고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는 것이 현실적이고 괜찮은 방법일 것이라고 들 합니다.

 

여야 정치인은 모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최순실 게이트에 대하여 특검과 국정조사를 포함한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하여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규명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우리 사회도 점차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시점이 김영란법 시행일 이후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 문화를 들 수 있습니다. 학연 혈연 지연 등으로 얽힌 정문화가 우리만의 고유의 문화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어 자칫 부정부패의 요인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이러한 정문화에 대한 인식이 깊게 깔려 있어 이러한 역기능적인 문화를 탈피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체면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 또한 버려야 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체면유지를 중시하는 것은 자신의 입장과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남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한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리의 잘못된 정문화와 과시욕과 허영심이 녹아있는 현장이 바로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의 풍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예식장과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즐비하게 늘어섰던 화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식장의 화환을 보낸 사람의 지명도, 크기와 숫자를 통하여 받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화환이 많을수록 보낸사람이 저명인사일수록 혹은 권력기관일수록 받는 사람의 위상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식장과 장례식장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줄지어 서 있던 화환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10월에 시작된 이 잔인한 계절이 우리를 빨리 비껴가길 바라며, 좋지 않았던 기억 또한 생각나지 않게 해주길 바라면서 .........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