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12일(한국시각)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1-0으로 꺾고 세계 챔피언이 되면서 '무적함대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과거 매번 큰경기에서 탈락하는 징크스에 벗어나지 못했던 스페인이 드디어 월드컵 80년 역사 만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4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 여파를 안고 최고 성적이 4위(1950년 브라질 대회)였던 월드컵에서도 처음으로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화려한 공격축구보다는 조직력을 강조하면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승점을 챙기는 '실리 축구'가 세계 축구의 큰 줄기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스페인이 이번 대회 7경기에서 올린 득점은 8골 뿐이지만 단 2실점만 하는 짠물 수비 덕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스위스와 조별 리그 첫경기에서 0-1로 진 이후 전승을 거둔 스페인은 특히 16강 토너먼트 이후 4경기에서는 모두 1-0으로 이겼다.
스페인 대표팀의 강점은 다비드 비야를 원톱에 세우고, 중앙의 사비 에르난데스, 사비 알론소, 세르히오 케츠와 좌·우 날개 페드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5명이 배치된 세계 정상급의 미드필더진에서 찾을 수 있다.체격은 크지 않지만, 개인기가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아기자기한 패스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일품이었다. 스페인의 이번 대회 평균 패스성공률은 80%로 32개 참가국 중 1위. 기술축구의 대명사 브라질(79%)도 스페인에는 미치지 못했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지휘하는 스페인 대표팀은 2008-2009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사상 첫 '트레블'(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스페인 국왕컵·프리메라리가 등 우승 3관왕)을 달성했던 바르셀로나 멤버들을 그대로 대표팀에 옮겨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한 스페인 대표 선수 23명 중 발렌시아를 떠나 새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다비드 비야를 제외하고도 7명이 현재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이들은 대표팀의 주축이었다.
월드컵은 지금까지 단 일곱 나라에만 그 영광스러운 챔피언의 자격을 허락했는데, 이번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비로소 여덟 번째 우승 자격을 스페인에 부여했다. 1998년 오욕의 월드컵 사를 매듭지으며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얻은 프랑스 후 12년 만에 새로운 월드 챔피언이 탄생한 셈이다.
지금까지 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나라는 통산 다섯 번 월드컵을 차지한 브라질을 필두로 이탈리아(4회), 독일(3회), 아르헨티나(2회), 우루과이(2회), 잉글랜드(1회), 프랑스(1회)뿐이었다. 80년이란 긴 세월 동안 19번이란 적잖은 대회를 치른 월드컵이지만 우승이란 자격은 누구에게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는데, FIFA에 등록된 회원국 수가 200여 국을 훌쩍 넘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깐깐함이 더 도드라진다.
1회 1930 우루과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8골-스타빌레(아르헨티나)
2회 1934 이탈리아 이탈리아 체코 4골-네예들리(체코)스키아비도(이탈리아)코덴(독일)
3회 1938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8골-레오니다스(브라질)
4회 1950 브라질 우루과이 브라질 9골-아데마르(브라질)
5회 1954 스위스 독일(서독) 헝가리 11골-콕시스(헝가리)
6회 1958 스웨덴 브라질 스웨덴 13골-퐁덴느(프랑스)
7회 1962 칠레 브라질 체코 5골-예텐비치(유고)
8회 1966 잉글랜드 잉글랜드 독일(서독) 9골-에우제비오(포루투갈)
9회 1970 멕시코 브라질 이탈리아 10골-뭘러(독일[서독])
10회 1974 독일(서독) 독일(서독) 폴란드 7골-라토(폴란드)
11회 1978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6골-캠페스(아르헨티나)
12회 1982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서독) 6골-로시(이탈리아)
13회 1986 멕시코 아르헨티나 독일(서독) 6골-리네커(잉글랜드)
14회 1990 이탈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6골-스킬라치(이탈리아)
15회 1994 미국 브라질 이탈리아 6골-살렌코(러시아)
16회 1998 프랑스 프랑스 브라질 6골-수케르(크로아티아)
17회 2002 한국 브라질 독일 8골-호나우드(브라질)
18회 2006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5골-클로제(독일)
19회 2010 남아공 스페인 네델란드 5골-토마스 뮐러(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