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입니다. 지난 몇 년간 정월 대보름의 날씨를 더듬어 보면 춥지 않았던 날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2017년 올해 정월 대보름 역시 추운 날씨로 이어지네요. 정월 대보름 대표 행사인 달집태우기를 보기 위하여 해운대 정월 대보름 행사장에 갔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정월 대보름은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날로 보았기 때문에 설날만큼이나 대단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우리 사회가 점차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정보화 사회로 변하면서 이 전통 행사의 의미도 농업인구의 감소와 함께 점차 약화하고 있습니다. 농업인구 통계 자료에서 보면, 2015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전년도보다 6% 감소한 242만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달집태우기가 고유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어릴때 부터 불을 좋아하기 때문으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나무가 타들어 갈 때 나는 소리와 함께 붉은 불줄기가 좋았고, 타는 나무의 냄새 그리고 하늘 위로 올라가는 자욱한 연기 속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올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정월 대보름 행사 중 하이라이트인 달집태우기는 달 뜨는 시각인 오후 622분에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 푸른 바다와 함께 어우러진 지름 20의 대형 달집이 타오르면서 뿜어내는 황색, 붉은색 불꽃과 하늘 높이 오른 잿빛 연기가 장관이었습니다. 이 쌀쌀한 날씨에 움츠러진 마음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정월 대보름에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달 보면서 소원 빌기입니다. 오늘 저녁에도 달집이 타는 것을 바라보며 이곳저곳에서 소원을 비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다양한 각자의 소원이 회색빛 연기에 담겨 하늘로 멀리 높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하늘 높이 올라간 소원에는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빚어진 국정혼란과 국론분열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 고비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소원이 바로 그 것입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