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여름이 오면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 해운대 해수욕장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피서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계절과 관계없이 편하게 접근 가능한 친근한 여행지로 알려졌지만, 잠시 시간을 반세기전으로 되돌려보면, 1960-70년대에 해운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단골 휴가지로 알려지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팔레드시즈 콘도가 자리 잡고 있는 그 부지에 당시 부산 최초의 특급호텔인 해운대 극동호텔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해마다 그가 휴가철이면 찾았던 곳으로 부산 청와대라고도 불렸다고 합니다.

 

이 곳 해운대해수욕장이 지난 61일 조기 개장했다고 합니다. 몇 년 전에는 백사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사라지는 바람에 한때 40m까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부랴부랴 2012년부터 시작하여 엄청난 양의 모래를 투입하는 등 해운대해수욕장 복원공사를 실시하여 지금은 해운대 백사장이 100m 가까이 넓어졌습니다.

 

그동안 해운대해수욕장의 발전과정을 지켜보면서 해수욕장으로서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그 이름이 알려지고 또 많은 관광객이 피서지로 이용할 때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선, 좋은 해수욕장은 자연환경의 구비조건이 잘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 모래나 고운 자갈이 넓게 펼쳐져 있어야 하고, 둘째, 수심이 완만하게 기울어져 있어야 합니다. 셋째 수온도 적당해야 합니다. 이런 환경 요건이 갖추어지면 그다음에 갖추어야 하는 것이 설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안전시설, 탈의실, 샤워실, 화장실. 숙박 시설 등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해수욕장이란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름다운 해안의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해볼 때 해수욕장이 갖추어야 할 자연환경 중에서 모래가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 요소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년 이맘때쯤 해운대에서 유일하게 모래축제가 열립니다. 친환경 소재인 모래를 브랜드로 하는 독특한 축제로 관광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넓은 백사장에 전시된 각 나라 유명모래 작가의 작품을 바라볼 때의 느낌은 그동안 야외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작품이나 유물을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 햇빛이나 달빛 조명아래서 백사장을 걸어가며 바다 내음, 파도 소리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그 자체가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자극하게 하는 환경과 분위기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해운대 모래축제에는 백사장 위에 '관람 데크길'을 따로 마련하여 모래 위를 걸어갈 때 불편함을 해소하고 신발 속으로 모래가 들어오지 않아 굉장히 편안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한 모래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샌드 프러포즈존'이 설치되었고, 착시현상을 이용한 미술작품인 트릭아트를 모래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샌드 트릭아트존' 등이 설치되었다는 점 등이 올해 축제의 새로운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년 축제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기쁨과 편안함을 줄 것인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