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몽골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의 계기는 우연히 몽골 전통음악 흐미를 접하고부터였습니다. 특히, The HU라는 몽골밴드의 음악은 흐미를 기본으로 락을 결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흐미의 독특한 음이 계속 반복되면서 중독성이 강해 한동안 귓가를 맴돌게 하더군요. 그동안 몽골 하면 떠오르는 것이 칭기스칸이었는데 여기에 흐미가 추가되었습니다.

 

오래전 워싱턴포스트는 서기 1000년부터 2000년대까지 1000년 동안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스칸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역사가와 비평가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키스칸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몽골이 많은 사람이 찾는 여행지로 부각되고 있다는데 이런 추세에 따라 그동안 인천과 몽골 울란바토르를 오가는 노선을 대한항공이 30년간 독점하였으나,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항공사로 추가 선정되어 경쟁 체제가 이루어져 여행길이 편리해진 것 같습니다.

 

몽골 여행을 가는 이유 증의 하나는 몽골 최대의 민속축제인 나담축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매년 711일부터 13일까지 몽골 최대의 민속 축제인데 이 시기에 몽골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축제가 지난 76일 부산 경남지역에서 몽골 유학생 61명을 최다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 동명대학교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2019년 부산 몽골축제는 동 대학 몽골유학생회가 주도하였다고 합니다. 몽골인의 축제를 몽골 현지가 아닌 부산에서 개최함에 따라 몽골 문화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였고, 이것이 초대받지 않은 우리가 이 축제 현장을 가게 된 이유입니다.

 

집 앞에서 51번 버스를 타고 대남교차로에서 내려 155번으로 갈아타고 동명대학교 정문 앞에서 하차하여 행사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운동장에는 진행자의 몽골어가 울려 퍼지면서 팔씨름이 진행되었고, 그다음엔 우리가 학교에서나 직장 체육 대회에서 흔히 보았던 줄다리기 경기도 하더군요. 줄다리기가 끝난 후 가수가 나와 몽골 전통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서 몽골 씨름 부흐가 진행되었는데 두 거대한 몸집이 선수 2명이 나와 승부를 겨루었습니다. 선수 외에 심판진으로 보이는 사람이 3명이나 되었습니다. 상대를 바닥에 쓰러뜨려 팔꿈치나 무릎 또는 다른 신체 부위를 바닥에 닿게 하는 선수가 승리하는 종목입니다.

 

축제장 주위에는 온통 몽골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밖에 없었으며, 그들의 의상을 살펴보니 몇몇 사람이 입은 전통 의복은 중국의 옷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몽골어는 얼핏 들어보아도 러시아어와 비슷하였습니다. 체구는 칭기스칸의 후예답게 건장하고 강인하게 보입니다.

 

특히 몽골 여성들도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피스를 입은 사람이 눈에 자주 띄었습니다. 모자를 쓴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축제 참가인원이 500명이라 하는데 오후에 도착하여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안경 낀 사람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마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에서 생활하는 몽골인들의 평균 시력이 3.0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 같습니다.

 

몽골인의 시력이 좋은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양 떼 같은 가축과 이들을 해치려는 늑대를 살펴야 하는 훈련과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하나는 아이를 출산할 때 21일간 어두운 방을 고집하는 몽골인의 전통도 좋은 시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재미있는 의견도 있습니다.

 

구글링하다가 오래된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20011월 월간조선에서 몽골에 관한 내용을 담은 기사였습니다. 몽골의 2001년 당시 인구가 260여만 명 정도인데 이 중 13000~15000명의 몽골인이 한국에 나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몽골 인구의 0.5%에 불과한 이들이 한국에서 벌어가는 돈은 몽골 GDP10% 수준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몽골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후 5시경에 축제장을 빠져나오면서 800여년 전에 세계를 지배하던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복자' 칭기즈칸을 칭송한 80년대 독일그룹 징기스칸이 부른 징기스칸 노랫말이 떠 올랐습니다. , , 징기스칸, 헤 라이터, 호 라이터, 헤 라이터, 이머 바이터!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