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직장인들은 연말이 되면 갑작스러운 모임으로 바쁘게 한 달을 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망년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언제부터인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을 '송년회'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일제 강점기에 우리에게 건너온 망년회는 그 의미가 잊어버리자는 것에 치중되어 있어 이왕이면 송년회나 송년 모임으로 표현하자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송년회의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종전의 송년회가 주로 1차 고깃집, 2차 노래방, 3차 호프집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회식이나 파티 행사에 굳이 적지않은 비용을 내면서까지 꼭 해야 하는가라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는 것은 다가오는 새해를 터닝포인트로 잡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동기 부여와 변화 그리고 성장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만,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 사고들이 올해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다음과 같은 사건 사고는 우리 삶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1. 코로나19 사태의 일단락

올해는 거의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선 해였습니다. 1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로 시작하여, 831일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은 4급 감염병으로 지정하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로써 그동안 암울했던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일상의 기쁨과 희망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드디어 코로나19가 끝났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모든 분께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2.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26일 오전 4시경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사망자 55,190명과 부상자 129,490명이 발생하였습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규모가 큰 지진이 다수 발생하여 피해가 극심합니다. 올해 국외 지진 규모 5.0 이상의 발생 건수가 164건이며, 국내의 경우 지진 규모 5.0 이상은 없으나 3.0 이상은 12(북한 3건 미포함)입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3. 수원 영아 살인 사건

수원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A(30)2018, 2019년에 두 차례 출산했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살해한 후 시신을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채 약 5년간 방치해오다 621일 경찰이 압수수색하여 시신 2구가 발견하고 친모 A를 긴급체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중 출생 미신고된 영유아 중에서 특별히 확인할 필요성이 높은 대상자 중에 포함되었던 관계로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해당 사건의 여파로 인하여 출생 미신고 영유아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위기 임신 및 보호 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개가 떠올랐습니다. 어느 날 그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양수에 젖어있는 강아지를 깨끗하게 핥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강아지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예민하게 반응하던 어미 개의 기억이 교차하면서 정말 씁쓸했습니다.

 

4.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79일부터 집중호우가 시작되어, 715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전체 13가구 중 5가구가 매몰되고, 사망자 4명 실종자 1명이 발생했으며, 청주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의 침수 사고로 차량 17대가 물에 잠기고 1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수해로 사망·실종자 50, 부상자 3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심도 빗물 터널을 운영하고, 부동산 거래 시 홍수위험지도 통보를 의무화하고, 예측 강우 및 침수 예상 지역 그리고 침수 위험정보를 제공하는 도시 침수 예측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합니다.

 

5. 주한 미군 월북 사건

미군 이등병인 K718일에 사복 차림으로 공동경비구역 견학에 참여한 후 돌연 월북한 사건입니다. 월북 전 K는 한국에서 경찰차 파손 등의 혐의로 서울의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벌금 대신 노역을 한 뒤 710일 풀려났습니다. 717일 미국에서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는데 이동하던 중에 이탈하여 월북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구금되어 있다가 927일 미국에 반환되었으며, 현재 군사법원에서 군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직 K의 월북 동기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KJSA 견학 대상자로 되기까지에는 신청서 작성,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그가 월북을 계획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6.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718일 오전 1050분쯤 서이초 학습준비실에서 20대 여성 교사 A가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A 씨가 20223월 서이초에 부임한 새내기 교사임에도 1학년 담임과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 학부모의 갑질 의혹 등을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1114일 경찰이 수사를 종결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교권 침해와 학부모 갑질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으며, 교사들이 교권 회복을 외치며 토요일마다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었습니다. 결국, 교권 침해 신고 및 상담센터 개소,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한 법률 개정안, 교원지위법, ·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동학대처벌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여 교권 보호 및 강화를 위한 많은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제는 학원에 의존하기 쉬운 학습기능을 학교에서 되살리고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교육 혁신이 필요하며, 이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합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7.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

721일 오후 2시경, 서울 신림역 4번 출구 근처 골목 및 지상 주차장에서 30대 남성 C가 흉기를 들고 행인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건은 범인의 소년원 수감 전력, 가족 관계 붕괴, 사회생활 부적응 등 현실 불만과 좌절 상태에서 그리고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이 더하여 의도적으로 젊은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한 묻지 마 범죄입니다. 이 범죄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건입니다.

 

8. 분당 서현역 AK플라자 흉기 난동 사건

83일 오후 6시 범인이 서현역 인근 AK플라자 앞 도로에서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다치게 하였습니다. 차에서 내린 후 흉기를 들고 AK플라자에 진입해 12층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난동을 일으켜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입니다.

 

당일 TV에서 범인이 AK플라자 분당점 12층에서 난동을 부리는 영상을 보면서 보안요원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사건 다음 날인 4일에 AK플라자 측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주간 보안 업무채용공고를 올렸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보안 인력을 늘리려 채용공고를 게재하는 것은 좋은데, 채용공고 내용에 초보 가능, 근무 편함이 들어 있어 비판받고 있습니다.

 

9.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0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침공을 감행하여 시작된 이 전쟁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충돌로서 전쟁 초기 사망자의 수가 4차 중동전쟁의 사망자를 넘어서는 대규모 전쟁이라고 합니다.

 

전쟁은 12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양측의 피해는 막대합니다. 1018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등 국제사회는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휴전은 까마득히 먼일인 듯 보입니다.

 

10. 메인주 총기 난사 사건 등

1025일 범인이 메인주 루이스턴의 한 볼링장과 식당에서 총기를 난사해 18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습니다. 그는 총기 교관 자격증을 가졌으며,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27일 러시아의 한 중학교에서 14살 소녀가 반 친구들과 갈등으로 아버지의 사냥총을 학교에 들고 와 총기를 난사하여 1명이 숨지고 4명을 다치게 한 후 용의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올해 한 해 동안에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총기 난사 사건 가운데 대다수가 주택이나 보호소에서 일어났으며, 그리고 별거한 연인이나 가족 구성원 등에 의한 범행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기에 정말 우려스러운 사건입니다.

 

11. ○○ 사기 사건

1026일 전 펜싱 국가대표 N의 재혼 상대로 알려진 전○○가 사기 혐의로 체포된 사건입니다. ○○는 자신을 재벌 3세이자 청년 사업가 등으로 소개하며, 강연 등을 통해 공범 L과 함께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 22명으로부터 약 272,0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갈취하는 등 사기 피해액이 총 307,800만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의 아버지 역시 천안에서 30억 원대의 사기 행각으로 2018년부터 수배 중인 인물로서 올해 6월까지 여수에서 고깃집 사장님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기 수법이 피해 대상이 중년 여성이라는 것, 결혼을 약속하는 등 타인의 신뢰를 이용해 돈을 가로챈다는 것, 그리고 신분 세탁을 시도한다는 점 등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의 행동이나 성격을 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식도 부모와 행동이나 성격을 닮아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부모가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 자식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사건입니다.

 

12. 강남 납치·강도살인 사건

1029일 밤 1150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을 승용차로 납치해 대전 인근에서 살해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갈등으로 야기된 청부살인이라고 하며, 범행을 준비하기 위해 3개월여간 미행한 끝에 납치하였고, 납치 후 6시간 만에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 가담자 7명에 대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며 1심에서 주범은 무기징역, 나머지 6명에게 징역 25, 징역 8, 징역 6, 징역 5년이 선고되었다고 합니다.

 

강남 대로에서 의문의 남성들이 몸부림치며 저항하는 한 여인을 1분여 만에 끌고 갔다는 기사를 보고 현실이 아닌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범행이 강남 한복판에서 버젓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끝으로, 2023년 검은 토끼해는 저물어가고 있는데, 기온은 12월 초 영상 20까지 치솟다가 불과 2주일 만에 영하 20로 급락하고 있네요. 기상청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기온이 40도씩 널뛰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올 겨울은 이런 극한 날씨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잘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푸른 용의 해 2024,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