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우리는 예로부터 인사를 잘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두고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름하는 잣대로 삼아왔습니다.

 

대부분 우리는 대화를 시작할 때 인사를 먼저하고 난 뒤에 말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끝날 때 다시 한 번 인사를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인사는 단순히 대화의 시작과 끝에 하는 말이라고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인사가 나와 상대방을 이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 우리는 인사를 통하여 상대방과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있으며, 상대방과 자주 인사를 나눌수록 그 관계가 원만해지는 것이 일반적 경향입니다.

 

인사를 하는 이유도 사람과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있을 것 같습니다. , 상대에 존중하는 태도를 나타내기 위해, 서로 간의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해, 예의를 지키기 위해, 안 하면 어색해서, 고마움의 표시, 다른사람이 먼저 해서 등 이외에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TV화면이나 웹서핑을 통해서 연예계, 스포츠계, 정치계 등 너나 할 것 없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90도 인사하는 장면인데, 90도 인사만이 깍듯 매너이고 정중한 인사, 공손한 인사로 치켜세우는 풍토는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무한경쟁세상속에 살다보니 이젠 인사하는 각도까지 경쟁대열에 진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인사란 진정과 진실을 그 마음속에 담아 행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90도 인사와 같이 겉으로 보이는 굽히는 각도에만 신경쓰는 것이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일본식으로 90도 육박할 정도로 허리를 바짝 굽히는 인사는 어쩐지 경박스럽게 보이지 않는지요. 또한 허리건강에도 좋지 않는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90도로 인사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속과 겉이 다른 '이중성''폭력성'을 내포하는 '조폭 문화'일 것입니다. 조폭 문화의 90도 인사는 인사대상에 대한 존경과 신뢰의 표현으로 보기 보다는 '자기과시형'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문득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영화감독이 생각납니다. 그는 장관 취임때부터 파격적인 언행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중앙부처 공무원, 특히, 장관비서실 직원의 복장은 화려한 색상을 금하였기에 검은색, 곤색과 같은 짙은색의 양복과 흰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독립청사를 사용하던 문화관광부는 출근시 장관승용차가 들어오면 현관앞에서 대기하던 비서실직원들이 장관을 향해 다가가 일제히 허리를 심하게(?) 숙여 인사를 하는 것 등은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이처럼 인사를 하는 문광부 직원들을 보고 조폭 문화를 연상시켰다는 취임 소감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을 부르기도 했었지요.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허리를 굽히는 90도 인사는 공손하거나 정중하지도 않은 인사법이며 인사 대상에도 좋은 인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철만 되면 90도 인사를 하는 일부 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에서부터 먼저 솔선하여 90도 인사를 하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