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영화 제목 터미네이터(Terminator)는 종료하다, 끝내다 등의 의미인 terminate에서 ~하는 사람의 의미인 or이 붙어져 어떤 것에 끝을 내는 사람, 즉 종결자를 나타냅니다. 영화에서 느낄 수 있듯이 터미네이터란 무시무시한 힘과 능력을 보유하여 해당 분야에서 그 이상의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4년 초 터미네이터가 우리나라에 개봉되었을 당시 나는 극장에 갔었지만, 인파가 몰려 좌석표를 구할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서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후 이어진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비디오를 통해 보았습니다. 이번에 개봉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를 보기 위해 지난 공휴일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35년 만에 대형스크린을 통해 본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린다 해밀턴 얼굴의 많은 주름살에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터미네이터를 보면서 인상 깊은 장면은 시야를 적외선 화면으로 표현한 것이라든지, 얼굴 피부가 벗겨져 기계가 드러나는 장면 등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터미네이터 특유의 배경음악 또한 우리를 화면에 더욱 몰입하게 했었습니다. 터미네이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드럼 소리, 두둥 두둥 두등거리는 소리에 맞춰 나의 심장도 함께 뛰었습니다.

 

이번 개봉작은 다크 페이트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래가 바뀌어 또 다른 전투용 인공지능 리전이 등장하면서 인간 세력의 미래 지도자를 없애고자 새로운 터미네이터를 멕시코시티로 보내지면서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이 일어납니다. 터미네이터가 노리는 여성 대니 라모스, 이 를 보호하기 위해 기계로 강화된 인간 그레이스, 그리고 터미네이터 사냥꾼이 된 사라 코너, 등이 등장합니다. 이 세 여전사가 미국에 있는 또 다른 조력자를 찾아가는 과정 등을 그린 영화이더군요.

 

영화는 문화로서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며, 영화 제작자는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현시대뿐 아니라 미래 사회에 대한 작품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영화 스토리 흐름에 등장하는 인물이 세 명의 여성으로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존 코너의 미래 지도자의 위치를 계승하는 '다니 라모스'라는 소녀가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현시대의 흐름인 우먼파워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특히 격투기 시합에 뛰어들어 활약하는 어느 여성 파이터가 떠올랐습니다. 20191월경 브라질에서 어느 강도가 택시를 기다리던 한 여자 머리에 모형 총을 겨누며 소지품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UFC 파이터였습니다. 순간 그것이 모형 총임을 깨달은 그녀는 펀치와 킥 그리고 이어진 초크로 강도를 제압했다고 합니다. 당황한 강도는 더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오히려 경찰을 불러 달라고 하며 애원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모르게 실웃음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11월 초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짐바브웨에서 악어에 붙잡힌 9살 아이가 악어에 잡혀 강으로 끌려들어 갈 때였습니다. 이 아이의 비명을 들은 11살 소녀가 용감하게 물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악어가 아이를 놔줄 때까지 악어의 눈을 여러 차레 찌르는 공격을 하여 아이를 구조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무척 놀랐습니다.

 

가만히 뒤돌아보면 우리가 어렸을 적 상상했던 일들이 지금 현실로 유사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있으며, 가끔 소설이나 영화보다 끔찍한 현실이 바로 우리에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터미네이터가 상상력과 기술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초대형 SF 영화로서 오랫동안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거대한 스케일과 강력한 액션에 매료되어 우리의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일상과 무기력하고 무미건조한 현실을 잠시 벗어나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몇년전 이세돌 9단을 꺾은 인공지능(AI) ‘알파고에 대해 모두가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간과 같은 사고 능력을 갖춘 AI가 등장해 인간과 갈등을 빚는 SF 영화가 조만간 현실화될 수 도 있다는 것입니다. AI 기술이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삶의 곳곳에 이미 적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가 파괴적인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과 추세 또한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가 오랜 세월 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증의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