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은 많습니다. 주목할 만한 특별한 능력이나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세상에는 참 별별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기네스북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신체적으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거나, 믿을 수 없는 인내력을 보여주며, 또 어떤 사람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 등은 다양성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다양성은 차이점을 넘어 서로의 특별함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고유한 능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범죄는 인간의 다양성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질 중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발한 범죄는 문제 해결 능력이 좋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악용하여 더욱 교묘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의 안전, 경제, 시스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이런 범죄에 속하는 사건이 지난 11월 14일 수능일에 일어난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수능일은 수능 한파의 속설을 뒤집은 포근한 날씨였습니다. 이날도 여느 수능처럼 퇴실 조치되거나 시험 도중 병원에 이송된 학생들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만, 문제는 국어시험의 지문에 나왔던 인터넷 주소가 정치 집회 홍보 페이지로 연결되었다는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시험이 끝날 때마다 영역별 문제지와 답지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합니다. 1교시 국어시험 시간은 1시간 20분으로 8시 40분부터 10시까지 치러졌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이 시험지 및 정답을 10시 56분에 공개하였다고 합니다. 평가원 홈페이지 올려진 국어시험의 지문에 나왔던 인터넷 주소는 출제 과정에서 임의로 작성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공개 시점인 10시 56분 이후에 도메인을 확보하였고, 이후 이 주소를 클릭하게 되면 정치집회 홍보페이지로 연결되었다는 것입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전까지 수능 지문에 가상의 인터넷 주소가 예문으로 나온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도메인을 확보해 개별 페이지로 활용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국제정세를 보면, 중국, 러시아, 유럽 국가 등이 글로벌 시대의 영향력이 가장 큰 트럼프 실체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앞으로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국가시험의 공정성 훼손의 문제에만 치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수험생들 대부분이 18세인 것으로 보아 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사건을 넘어, 교육기관 및 사회에 대한 불신과 시험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법령과 제도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제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법령이나 제도상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은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의 세계에서도 "허점" 또는 특정 환경적 특성을 이용해 자신게 유리한 결과를 얻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즉, 법이나 제도와 같은 인간 사회의 규칙은 아니지만, 생태계의 규칙이나 진화적 압박을 교묘히 활용하는 방식으로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고, 다른 새가 자신이 낳은 알인 것으로 착각하여 새끼를 기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새들의 본능적 양육 행동을 "이용"하여 자기 자손을 기르게 하는 방법으로, 마치 생태계의 "법적 허점"을 악용하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난초의 일부 종인 꿀벌 난초는 꽃 모양이나 향기를 암벌처럼 위장하여 수벌을 유인한다고 합니다. 수벌이 암컷과 교미하려는 착각 속에 빠지게 하여 꽃가루를 옮기게 하는 것은 곤충의 생식 본능이라는 "허점"을 교묘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독이 없는 왕뱀의 경우, 독이 있는 산호뱀의 색깔 패턴을 흉내 내 포식자를, 겁을 주는 것은 포식자가 독이 있는 동물을 피하는 "본능적 규칙"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는 사례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동물과 식물은 환경의 규칙, 생태계의 상호작용, 혹은 본능적 행동의 "허점"을 교묘히 활용하여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극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연에서도 법칙의 틈새를 파고드는 인간 행동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우리는 서로 비슷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외모, 성격, 능력, 문화, 가치관, 경험 등에서 다양성을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우리 사회를 더욱 힘차고 활발하게 만들어주며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기발한 범죄는 인간의 다양성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와 같은 범죄가 단순히 어떻게 처벌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 거치지 않고, 인간이 가진 창의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