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부모님의 장례를 무사히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맨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재산상속 처리 문제 아닐까요. 재산상속은 얽히고설킨 게 대부분이라 유산이 적고 많고를 불문하고 가족 간 갈등은 항상 존재합니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뒷정리를 잘하고 가시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않고 갑자기 돌아가셨다든지, 또는 이를 소홀히 하고 떠나실 경우 분쟁의 소지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언에 관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상속의 근간이 되는 법이 민법인데 동 법 제1060조에 의하면 유언은 법이 정하는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고 합니다. 유언은 보통 유언장을 많이 쓰는 데 유언하는 분이 스스로 유언의 전문(全文),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자필로 쓰고 날인해야만 효력이 발생합니다.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의 요건이 이렇건만, 피상속인(사망자)이 자녀와 대화 중에 했다는 말을 유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가, 법만 앞세워 피상속인의 유언을 무시하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가거나, 법을 이용하여 이득만 챙긴다 등 험담을 하는 것은 혈연관계를 회복 불가능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공동상속인 간의 협의를 위해 모임을 하거나 하면 불협화음이 터져 나옵니다. 어느 음악가는 불협화음이 있을 때 화음이 더욱 아름다워진다고 하였지만, 과연 누가 이런 불협화음을 아름답게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상속예금잔액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경우 금융감독원의 상속인금용거래조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망하신 분의 금융재산을 알아보기 위해 상속인이 금융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기 위하여 금융감독원의 홈페이지에서 조회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각종 예금, 보험뿐만 아니라, 대출, 신용카드이용대금, 주식 세금이나 상조회사 가입 여부도 등을 상속인 금융거래통합조회 시스템(http://cmpl.fss.or.kr/kr/mw/inh/main.jsp) 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신청서와 첨부서류를 준비하여 금융감독원이나 은행, 우체국을 방문하여 접수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방마다 지원이 있습니다. 접수 후 조금 기다리면 접수번호 등이 기재된 접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접수증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체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본인의 경우 접수과정에서 담당자가 부모님의 이름을 잘못 적어 조회 중에 성명 불일치로 나오더군요. 나중에 접수처에 전화하여 재접수한 사례가 있으니 사망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이 두 가지 사항은 꼭 확인하여야 할 것입니다. 접수 후 24시간 이후에 상속인 금융거래통합조회 시스템에 신청인 이름과 접수번호를 입력하고 조회를 하면 이중 인증을 거쳐 조회 중인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속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경우 장례식장에서 법정상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만, 공동상속인이 다수일 경우 각자 나름대로 본인이 더욱 많은 지분을 받아야만 해하고 꿍꿍이를 품고 있을 것입니다. 장남은 장손이며 제사를 모시기 때문에, 다른 자녀의 경우 재산형성과정에 기여했기 때문에, 누구는 부모 입원 시 병간호를 도맡아 했기 때문에, 또는 그동안 부모에게 가장 잘 효도를 했기 때문에 등의 이유와 명분을 앞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객관적으로 어느정도, 어떻게 반영 할 것인가를 두고 서로 다르게 주장할 것입니다. 또 장례비용을 피상속인 부조금에서 모두 지출하고서는 상속자산에서 돌려 달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상속재산분할협의란 정말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금전적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민법 제1009조에 의거 법정상속을 적용하여 공동상속인이 상속재산을 균등 분할하는게 가장 간단하며 또한 재산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법정상속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법정상속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태클을 거는 등 불만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이 있더라도 꾸준히 밀고 나가야 겠지요.

 

이러한 상속재산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다 보면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관계법령에서 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 같더군요. 그래야만 어느 정도 잡음을 줄일 수 있고 먼 훗날 발생할 지도 모를 후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