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지구 상의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다 텃세를 하지만 그중 인간만큼 텃세가 심한 생명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당해보지 않은 사람 없을 듯합니다. 능률도 없어지고, 자신감도 결여되고, 의욕 상실로 이어지지요. 직장, 군대, 학교 등 많은 조직의 현장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텃새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현대에서는 이 텃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걸쳐 만연하여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원래 텃세란 말은 바로 장터에서 생겼습니다. 예전부터 전통시장은 3일 또는 5일마다 넓은 터에 장()이 열렸습니다. 이때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사람이 자기와 같은 물건을 팔러 온 사람을 옆에서 장사하지 못하게 하였던 것이 그 말의 유래가 되었던 것입니다.

 

동물 세계의 경우, 철새와 텃새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서 텃새와 텃세와 잘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텃새는 참새, 까마귀, 까치 등과 같이 일 년 내내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번식을 하는 조류를 말합니다.

 

반면, 철새는 주로 텃새가 가까이 살지 않는 호수가 풀밭이나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한때를 지내다 계절이 바뀌면 돌아간다고 합니다. 철새는 살기 좋은 장소를 찾아 수천 Km를 날아야 하므로 강인합니다. 기나긴 험한 여행길에 힘을 합쳐 날아야 하기에 무리 지어 살고, 새로운 장소로 항상 이동하기 때문에 경험과 지식이 쌓여 영리하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텃새는 한정된 영역에서 먹이와 둥지를 지키기 때문에 늘 싸우고 동종끼리도 뭉치지 못하고 각각 살다 보니, 시야가 좁은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변화하면서 철새들이 계절이 바뀌어도 돌아가지 않고 정착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에 텃새들에겐 생리적으로 자기방어적 기득권을 지키려는 습성이 발동되어 자기 영역을 침범한 철새를 쫓아내거나 공격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소위 '텃세'를 부리는 것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정치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기성 정치인들에는 대단한 충격을 주었었지요. 그래서 정치권에서 별별 말이 다 나왔었지요. 통상,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선 신인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수십 년간 많은 경험과 나름의 브랜드를 기반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인데,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정치권을 포함한 국가 전체를 들쑤셔 놓은 경우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그들 자신 스스로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를 바꾸기보다 텃세를 부리면서 안철수를 깎아내리고 "개나 소나 다 서울시장에 대통령 하냐" 따위의 막말이 난무하였습니다. 유력 정치인사들이 나서서 분수를 모른다느니”, “정치권이 어떤 곳인지 아느냐느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등 질투 어린 말로 겁을 주기도 했었습니다.

 

요즈음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다목적용 미사일을 창당한 지 한 달 밖에 안된 국민의당을 향하여 쏘아올려 국민의당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 대표가 연일 안대표 흠집 내기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것 역시 기성 정치권에서 흔히 일어나는 텃세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철새 정치인은 정당의 정책과 신념보다는 현재의 이익과 권력을 좇아 쉽게 당적을 바꾸는 정치인을 말합니다. 만일 철새가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아마 항의가 들어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만큼 어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카멜레온 정치인이란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정치인도 있지만, 정치를 그만두면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는 생계형 정치인이 많은 탓에 공천에 매달리어 극한 갈등에 휩싸여 있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보면서 국민 스스로가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습니다. 까마득한 옛날에 나왔던 Simon & Garfunkel의 명곡인 철새는 날아가고(EL Condor Pasa)라는 팝송이 가슴속에서 울려 퍼집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