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초등학교 시절에 자연의 섭리에 신기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기억이 가끔 떠오르기도 합니다. 당시 자연스러운 현상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것 중의 하나는 한 친구로부터 식탁에 가끔 올라와 맛있게 먹었던 해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습니다. 해삼은 쫄깃한 식감에 진한 바다향이 나서 즐겨 먹었었는데, 바다에서 죽은 시체에 맨 먼저 달려드는 것이 해삼이라고 하여 무척 당황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해삼이 시체를 먹을 가능성은 있지만 맨 먼저 달려드는 동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혐오스러운 느낌을 받았던 것은 하이힐 유래와 관련한 것입니다. 현대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는 이유가 키를 커 보이게 하고 몸매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었지만, 하이힐 시작은 배설물을 피하고자 고안된 것이라고 합니다.

 

화장실이 따로 없던 16세기 유럽 사람들은 길바닥에 요강을 비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었다고 합니다. 화장실이 없어서 사람들은 건물의 벽이나 바닥, 숲 등에서 볼일을 봤기 때문에, 거리는 온통 배설물 범벅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른 땅과 배설물로 덮인 땅을 가려 밟는 수고를 덜기 위해 남녀 모두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다는 것입니다.

 

중세의 이런 환경이 흑사병에 직접적 요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세계 인구의 거의 1/3에 해당하는 인구수가 사망한 것으로 보아 위생 환경의 중요성을 세삼 떠올리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배설물을 혐오하게 하는 것은 배설물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이 포함될 수 있으며, 불쾌한 냄새와 외형 등으로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아주 옛날엔 화장실을 뒷간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가옥 구조에서는 화장실을 대개 집의 뒤쪽에 두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 합니다. 또 다른 속설은 항문이 뒤에 있기에 뒷일을 보는 곳이라고 하여 뒷간이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사찰에서는 해우소"(근심을 푸는 곳)라 하였고, 이외에 별칭으로 작은 집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 이후 변소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었으나 어느덧 소멸하고 이제 화장실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건립된 와우아파트나 마포아파트에는 집마다 화장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뒷간만은 집 밖에 있어야 한다는 관념이 강했던 관계로 공중화장실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현재의 화장실은 용변을 해결하는 기능 외에도 다양한 은밀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첫째, 국내 중고생들의 대표적인 흡연 장소에는 화장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금연 구역이 늘어남에 따라 흡연자들이 보통 화장실에 가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둘째,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화캉스가 논쟁이 되는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서 바캉스를 즐긴다는 뜻이라 합니다. 화장실에만 가면 함흥차사라고 분통을 터트린 아내들과 달리 남편들은 집에서 그나마 맘 편히 있을 곳은 화장실뿐이라는 것입니다. 이 현실에 대해 한 건축전문가는 외국의 경우 주택에 살면 보통 차고나 지하실이 남자들의 공간이 되는데, 한국은 아파트에 많이 살다 보니 자신의 공간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21년에 육군 훈련소에서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장병들에게 화장실 사용 시간을 딱 2분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바람에 인권침해 사례로 공개되기도 했었습니다.

 

셋째,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밀담 장소는 야외 장소, 카페, 호텔, 사우나 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여유와 상황이 안 될 때는 주위 시선이 적고, 프라이버시 보호에 좋은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지난 915일 스페인 여객기 화장실에서 처음 만난 사이인 영국의 20대 남녀가 성관계하다가 들통이 나, 해당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넷째, 군 복무 시절에 춘천 소양강 부근에서 단기 파견 근무할 때였습니다. 야외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화장실 밑을 내다보니 추위에 얼어붙은 배설물이 원뿔 모양으로 솟아있던 광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런 추위와 냄새가 지독한 재래식 화장실이지만,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자도 자도 졸리기만 하던 군대 훈련병, 졸병 시절엔 이곳에서 빵, 과자 등을 폭풍 흡입했다는 사연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섯째. 첫 아시아 내야수이자 첫 한국인 메이저리그(MLB) 골드 글러브 수상자인 김하성 선수가 TV에 출연하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픈 것도 숨겨가면서 훈련해야 할 때도 있었다면서, 허벅지 근육의 경직 등을 감추기 위해 화장실에서 몰래 혼자서 테이핑하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불법 촬영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으로 화장실 칸막이 틈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이와 달리, 미국 등은 화장실 칸막이 위아래와 벽 사이에 상대적으로 넓은 틈이 있는데, 이는 화장실 칸 ''''에 누가 있는지를 상대적으로 잘 보이게 해 강력 범죄를 막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끝으로, 외출 시에 급하게 용변을 보아야 할 경우 다음, 네이버 등 지도 앱에서 '화장실'을 검색하면, 자신의 주변 공중화장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면 편리할 것 같습니다. 공중화장실은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효과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한 화장실입니다. 이와 관련한 설치 기준과 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20041월에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앞으로, 미래의 화장실은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편리함과 효율성을 높이며, 위생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화 및 전자화된 화장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neois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