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지나면 고요가 오듯이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4명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식사, 술자리를 같이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기에다 역대 선거 결과에서 늘 그렇듯이, 이번 총선에서도 한반도가 동서로 뚜렷하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정치권 한편에서는 총선 결과를 두고 "민심이 정권을 심판했다"고 하고, 다른 편에선 "범죄자들의 국회 입성을 막지 못했다"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쟁이 격화되고 분열과 갈등이 계속될 같아 다시 한번 ‘4월은 잔인한 달이란 시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정부가 지난 21일 의료인력 부족을 이유로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5년간 2,000명씩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의료계는 전공의 파업, 의대생 집단 휴학,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 등으로 반대가 이어져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이스라엘 등 선진국에서도 의사들이 임금인상, 과도한 근무시간, 급여 문제 등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단체행동에 돌입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이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 집단 사직서를 내거나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내는 등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전국 의과대학의 정원은 정부가 매년 모집인원을 지정하고 있는데, 그동안 의대 정원은 대한의사협회 집단행동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2006년 이후 줄곧 3,000명대로 동결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적다고 합니다.

 

반면에,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의대 증원을 상당히 높은 비율로 증가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마다 의료 환경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의대 증원을 해야 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고령사회가 심화할수록 의사 등 의료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입니다.

 

노인 인구 증가는 노인 질환 치료 및 건강 관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데, , 고혈압, 당뇨병, 암 등 만성 질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요구되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높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9%였으며, 2050년에는 40%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가 발전할수록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의료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지방과 소규모 의료기관에서의 의사 부족이 심각했으며, 코로나19 치료에 필요한 전문의, 특히 감염내과 전문의, 중환자 치료 전문의 등의 부족이 심각하다는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해외 의료인력 유치, 의료인력 재교육 지원 등의 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의료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등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합니다. 따라서 정부 및 의료기관 등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집단행동 주최 측은 정부가 전공의 1만 명에게 3개월 면허정지를 내리면 전국 모든 종합병원의 정상 진료가 3개월간 멈추게 되므로, 면허정지는 실행 불가능한 협박이라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폭탄이 터져서 내가 죽으면 너도 병을 못 고치는데 나를 건드릴 수 있느냐며 자신만만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할 만큼 여론의 힘도 만만치 않음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 대해 반대만 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대안도 내놓지 않은 채 사법부, 또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전문집단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돕는 보람’, ‘높은 소득’, ‘안정적인 직업등의 이유로 여전히 선호하는 직업입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순위는 1위 운동선수, 2위 의사, 3위 교사 등이며, 중학생도 의사를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희망했다고 합니다.

 

과거부터 의사들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그것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밤낮없이 일하며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발전과 함께 의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의사는 여전히 존경받는 직업이지만, 과거만큼 신성화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정치가 개입되면 갈등만 심화할 수 있습니다, 의료 영역은 집단이기주의와 정치가 관여해선 안 되는 영역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의대 정원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정책 방향, 교육 수요, 대학의 재정 상태, 인적 및 시설 규모 등에 대한 객관적 자료와 논리적인 근거, 구체적인 예시 등을 통해 활발한 의사소통을 전개하여 합의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해결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믿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Posted by neoisme